자동차 계약
중고차구입을 한다고 석 달째 계획만 세워놓고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결국 새 차를 사기로 했습니다. 도저히 제대로 된 중고차를 살 자신이 없더군요. 제가 가진 돈으로 새 차를 사는 것은 무리라 결국 부모님의 도움을 받게 되었으니, 정확히 말한다면 새 차를 얻는다고 해야겠지요.
오늘 대우자동차 영업소장과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마티즈MX 일반형+ABS+동반석에어백 이었는데, 마티즈에 ABS 를 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거보게
Danny, "경차에 ABS 가 웬말이냐"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니깐..) 이 옵션으로는 보름 이상 기다려야 차가 나온답니다. 더 큰 문제는, 11월에 출고가 되기 때문에 대우에서 10월에 하고 있는 "일시불 50만원 할인 or 3년 1% 이자로 할부" 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계약하고 돈내는 날짜가 아니라 구매자가 물건 받아보는 날짜를 기준으로 그런 것들을 적용하는 것이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입니다만)
ABS 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현재 재고가 있는 것이 마티즈MX고급형+컬러팩+ABS 인데, 동반석 에어백이 없어지는 것은 그렇다치고 기종이 고급형으로 뛰고 게다가 제게 전혀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는 컬러팩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 맘에 안 들어서 고민을 잠시 했습니다만... (ABS 를 빼고 ME 기종으로 하향지원할까 했는데, 차마..) 컬러팩은 영업소장이 부담해 주기로 했고.. 그리고 나면 위에서 말한 차값 할인을 고려하면 결국 비슷하게 비용이 들게 되는 터라 그냥 이놈으로 정했습니다.
몇 가지 느낀 점은..
- 남들이 "경차에 이것저것 옵션 달아 살 거면 돈 조금 더 주고 소형차를 사지"라고 권할 때, "어차피 소형차를 사도 다시 이것저것 옵션을 달 테니 그게 그거 아니겠는가"라고 응수를 하곤 합니다만.. 이번에 마티즈와 칼로스 등을 비교해보니 정말로 '조금만 더 주고'라는 게 가능하겠더군요. 마티즈의 경우 제일 싼 ME 기종은 아예 ABS 가 옵션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소형차를 넘어가면 최하위 기종에도 있고.. 만일 "경차 오토" 대신 "소형차 스틱"을 택한다면 정말로 몇 십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게 할 수도 있겠더군요.
- 어쨌거나.. 마티즈라 해서 싼 건 분명히 아니더라..는 것. (진짜, ABS 포기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수시로 드네요)
- 아무리 미리 견적서 만들어보고 주위 조언 들으면서 맘을 정해 두어도, 산전수전 겪은 판매원과 대면하게 되면 결국 돈이 더 나간다는 것... (용산하고 비슷하군요)
사실 대학교 입학 이후로 서울에서 살면서 "이 서울 땅에서 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죄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었는데... 결국 입만 살았던 거라 생각하니 맘이 불편합니다. 반 년 쯤 몰고 나서 손에 익으면 열심히 카풀 하면서 다녀야겠군요. (근데 막상 운전자 입장이 되니 괜히 모르는 사람 태우는 것도 매우 부담되는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은 좁기도 하지
아무 영업소나 찾아가기도 그렇고.. 교사로 있는
울톨릭 후배의 직장 동료분의 남편을 소개받아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보니 그 분은 지역총괄 쯤 되는 위치고, 영업소장을 따로 대동하고 오셨더군요. 근데 계약서 작성을 위해 주민등록 번호를 받아적는 것을 옆에서 보더니 영업소장이 "제주도시네요" 그럽니다. (이놈의 주민등록 제도와 개인정보보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_-) 몇 가지의 문답을 거치고 나니.. 제 고등학교 13년 선배란 사실이 밝혀 졌습니다.
/2003-09-16자 일기에도 고등학교 때 얘기를 잠깐 했었습니다만,
주인장은 그 학교에 대해 반감이 있으면 있지 그다지 반갑다거나 정을 느낀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중,고등학교 전부 남학교를 나왔다는 것도 '폭력과 굴종을 몸에 익혀 갔던' 것 못지 않게 서럽고 억울하게 여기는 편인지라, (게다가 대학교 마저도 실질적인 남학교였으니.. 내 청춘을 돌려줘!!!) 결국 맘에 안 드는 것 투성이란 얘긴데... 이런 자리에서, 게다가 판매자 쪽에서 학교를 가지고 인연을 엮는것이 반가울 리가 없습니다.
뭐 덕분에 좀 더 깎아줬겠지 내지는 사기치지는 않겠지..라고들 합니다만, 나이를 먹으며 느낀 건데 그렇게 '남의 손해를 자신의 이득으로 만드는' 것은 고교 동문이란 것 정도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오히려 제 쪽에서 뻣뻣하게 굴기도 애매해져 버렸습니다.
대화 도중에.. "저번에 서울에서 체육대회 할 때 왔었냐"고 묻더군요. "하는 줄도 몰랐다. 동문회 연락은 고향으로 오게 해 놔서 나는 잘 모른다" "그러면 서울에서 동문회 같은 것도 안 가느냐" "그렇다" "왜?" ... 거 참, 왜냐고 물으면 "난 우리 학교 별로 안 좋아하는데"라고 할 수도 없고... :-)
제가 고등학교 41회 졸업생인지라.. 살다보면 고교 선배는 숱하게 만나겠지요. 의도하지 않게 덕을 볼 지도 모르고, 또 제가 먼저 학교를 앞세우며 손을 벌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암튼, 주인장의 삐딱한 성격으로는 그다지 유쾌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든 일입니다.
말이 난 김에 고교 배정 당시의 일화 한 토막
고등학교 추첨배정 결과가 나와서 한 명씩 교무실에 담임선생님께 불려 갔습니다. 당시 학생들의 분위기는..
- 40년 가까이 되어 선배들이 빠방한 "O 고등학교" 또는 "J 고등학교" 를 선호하는 그룹 - 주인장은 전혀 그런 개념이 없었는데.. 남들은 이미 학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니.. 근데 아무래도 본인이 느끼기보다는 부모님이 주입했을 거라 봄. 범생이 그룹 쪽이 특히 이랬다는 점에서 더더욱..
- 생긴 지 몇 년 안 된 "N 고등학교" 를 선호하는 그룹 - 남녀공학이어서.. 당연히 부모들은 같은 이유로 기피함
- 역시 남녀공학이었지만 학급 수가 너무 적은 제주대 사대부고와, 역시 생긴지는 몇 년 안 되었으며 남녀공학도 아니고 게다가 교통마저 불편했던 "D 고등학교" - 선호하는 사람 거의(전혀?) 없음.. (근데 몇 년 전 수능 수석인지 서울대 수석인지가 저 D 고에서 나왔죠. 요즘은 인기 좋은 듯)
그럼 주인장은 어디를 선호했느냐... 위에서 말했듯이 학연 같은 것은 전혀 개념이 없었고, 뭐 어차피 평준환데 어디 간들 대입에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고... 그러니 남는 것은 '남자중학교 나와서 또 남자고등학교를 갈 수는 없다'는 것 뿐이었죠. :-) (말은 이렇게 합니다만 주인장은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 지금이라고 많이 아는 것도 아니지만 - 쑥맥이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래서 필연적으로 N 고를 적극 희망. 안 되면 사대부고라도...
주인장의 차례가 되어 교무실에 갔습니다.
담임: "어디 가고 싶냐?"
주인장: (속으로는 'N 고, N 고, N 고!!!' 그러나 왠지 그리 말하면 피곤해질 것 같아서) "우물쭈물.. 그냥 보내주는 데 가야죠"
담임: "피식... N 고 됐다"
주인장: ('앗싸!!!') 여전히 겉으로는 좀 맘에 안든다는 표정을... "아 네.."
담임: "껄껄~~ (제 표정을 보고는 자신의 장난이 통했다는 생각에 유쾌했는 듯) O 고다 O 고."
주인장: "...예!?" -_-;;;;;;;
교무실을 나오면서 주인장이 얼마나 궁시렁거렸을런지는 두 말 할 필요가 없겠지요. 게다가 절친했던 친구들 몇 명이 죄다 N 고에 가 버리고, 설상가상으로 예비소집일날 갔더니만 입학도 하기 전에 천자문 열번씩 써오기 숙제를 내지 않나.. 웬 사진기사 같은 험상궂은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미술 선생님이라 하지 않나... (O 고 "빽광"이라고.. 유명하더군요) 암튼 그 후 몇 달간 정말 우울했습니다.
- Danny : 당장 올겨울 학교를 다녀보면 ABS 잘 달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듯. 잘하면(?) ABS 값 뽑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난 이미 ABS값 뽑고 남았음) - 2003-10-16 10:57 am
- Danny : 어제도 얘기했지만, 암튼 축하하네 그려. 그리고 보험 얘기도 좀 올리지 그래? 궁금한데. - 2003-10-16 10:58 am
- Zehn02 : ABS가 좋은거라고는 하는데, 뭐가 어떻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 2003-10-16 11:01 am
- Raymundo : 난 눈 오면 운전 포기할 것 같다만... (과연?) 그리고 보험은... 현재까지 대충 비교견적내었던 것들의 최소값이 82만원 선인데, 이 영업소를 통해서 LG 에 하는 걸로 95만원에 10%할인해서 85만원 쯤에 해 주겠다더군. (긴급출동 포함이고 자네 말대로 대물1억 자손3천으로) 그래서 ok 했어. - 2003-10-16 11:34 am
- juniten : 오호~ 오빠도 my car를 갖게 됬네염~ 축하축하~ 난 왜 집앞에서 맨날 놀고 있는 차도 몰기 시른가 몰러유 -.- - 2003-10-16 12:36 pm
- Raymundo : 어라, 김씨가 차끌고 회사 다니는 거 아니었어? - 2003-10-16 1:19 pm
- juniten : 김씨는 주말에 놀때만 차 쓰공-- 평일날은 울집 앞에서 자고 있지비... 엄마한테 운전연습하라고 무쟈게 강요당하고 있음 -.- - 2003-10-16 8:19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