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경
오후에 Zehn02양을 만나러 도곡초등학교 근처 만화방에 갔다가, 둘 다 요새 피곤하기도 하고 반지의 제왕 후유증으로 어깨가 아픈 터라 간만에 스포츠 마사지나 받아보자..고 선릉역 근처로 갔습니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 결국 다시 차를 만화방 앞으로 갔다놓고 걸어서 갔더니만.. 마사지 센터가 있는 건물 맞은편에 공사 (새로 짓는 것은 아니었던 듯 하고 대대적인 재단장?) 중이던 건물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더군요. 건물 주위에 둘러친 안전망과 공사용 발판들에서 불길이 피어오르고, 건물 앞에 있는 쓰레기차의 적재함 안에 담긴 건축 폐자재들에서도 심한 연기와 불길이...
그 앞을 지나서 다시 만화방에 차를 두고 올 때까지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그 5분 사이에 불이 났다는 얘기인데 정말 황당하더군요.
잠시 후에 소방차가 와서 진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정없이 물을 뿌렸는데, 건물 주위의 불은 금방 사그러드는데 쓰레기와 폐자재들에 붙은 불이 확실히 오래 가더군요. 한참을 적재함 안에 물을 쏟아 부어도 계속 불길이 보이더군요.
보아하니 다친 사람은 없는 듯 하고, 태어나서 이렇게 생생한 불구경을 한 것은 처음이네요. 도저히 그 앞에서 마사지를 받을 생각이 나지 않아서 돈도 굳었습니다. ^^;
- zehn02 : 황당하고 아찔했으면서도 (물론 우리가 거기에 차를 대고 예정대로 움직였대도 큰 손해를 입진 않았겠지만) 역시 불구경은 구경꺼리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만 그런가요? 불은.. 역시.. 흥분제인것 같아요. 할아버지 장례를 끝내고 할머니가 가져온 할아버지 옷가지들을 태우는데(할머니는 옛날 분이시라 그런지 태울거리를 많이도 가져왔었죠) 이건 할아버지 퇴원할떄 입었던 잠바, 이건 할아버지의 무엇.. 청승맞게 눈물한방울 섞어서 태우는데.. 그러면서도 그 불길이 참 맘에 들더라구요.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뭔가 흥분되는 것 처럼 기분이 묘한게.. 오늘도 왠지 그랬어요. 무서워서 두근두근 하면서도 자꾸만 가까이 가게되는.. - 2003-12-27 10:50 pm
- Raymundo : zehn02/ 소방관 다이고네 딱... 원래 벼랑에서는 괜히 끝으로 가보고 싶은 법이라고 하더라만... :-) - 2003-12-27 10:57 pm
- Max : 위험해, 위험해... 아, 근영 부라더 저 호상군입니당...^^ 이제는 여기서도 Max를...^^ - 2004-1-3 10:0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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