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Diary/2003-10-09

마지막으로 [b]

/2003-10-09

연구실 감기 경보

며칠 전부터 선배 한 명이 콜록거리더니, 그 뒤를 이어 제가 감기에 걸렸고... 301동 연구실 쪽도 올라갔더니 환자가 여럿 있군요. 내일하고 모레 일박이일로 교외교육을 간다던데 (학부생과 대학원생과 교수님들이 단체로 가는 MT 비스무리한..) 숙소가 야전병동이 될 것 같군요. 어떤 연구실은 교수님이 학생들을 죄다 교외교육에 보낸다던데 저희 연구실은 다행(?)히... 석사 과정만 가는군요. :-) 내일은 수업도 없고 세미나도 없게 되었으니 부담이 덜하군요.

뭐 하나 하려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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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똥개 훈련도 아니고... 이미지원본:[1])

박사 과정 수료를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학생이 아니라 연구생 신분이 되지요. 매 학기 연구생 등록금을 내는데.. 등록을 안 할 수도 있긴 한데 그러면 교내에 차를 몰고 다닐 수가 없게 되죠. 연구실에 박사 과정 (저보다 나이는 어리고, 연구실 입학은 빠르니 뭐라고 칭해야 될런지) 한 명이 석 달동안 외국에 가 있는데, 오늘이 연구생 등록 마감일입니다. 그 친구는 모레 귀국하고... 그래서 어제 제게 MSN 으로 부탁을 하더군요. 지난 학기 경험에 따르면 38동 농협 (301동에서는 안 된다나) 에 가서 학번과 주민번호를 적어서 돈과 함께 내면 될 거라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마을버스를 타고 301동 아래 삼거리까지 간 후 내려서 38동을 향해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우회전해서 자동화 연구소나 신소재 연구소 앞에서 내린다..는 것이었는데, 하필 오늘따라 302동 소방훈련을 한다고 오전에 그쪽으로 돌아가지를 않는다더군요. 항상 뭔가 꼬일 때는 다른 일이 같이 꼬이는 법입니다) 감기 때문에 속은 울렁거리고 코는 맹맹하고 머리는 띵한 채로 농협까지 갔지요.

있을 법한 고지서 용지가 없더군요. 그래서 직원에게 연구원 등록하러 왔다고 말했더니... "고지서 안 뽑아 오셨어요?" 그럽니다.. 경험상 이쯤 되면 뭔가 쉽게 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른 사람 대신 와서 고지서가 없다고 하고 학번을 불러 줬습니다. 직원이 자기 앞에 있는 컴퓨터에 학번을 입력하더니만 그 학번이 맞냐더군요. 분명히 어제 제대로 받아 적긴 했습니다만, 혹시나 해서 연구실에 전화해서 알아봐 달랬더니 맞답니다. 직원이 다시 한 번 입력해보더니 한다는 말이, "조회가 안 되거든요? 출력해서 가져오셔야겠는데요" -_-;;; 학번도 알고 주민등록번호도 알고 돈도 가지고 왔는데, 고지서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안 됩니다.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겠다는데 까다롭기도 합니다.

다시 그 몸으로 연구실에 가서 뽑아올 힘도 없고, 고지서를 뽑으려면 그 짜증나는 서울대학교정보화포털에 들어가야 할 터인데 나는 그 친구의 아이디와 암호를 모릅니다. 스웨덴에 있는 친구에께 물어볼 방법도 없고. 그래도 일단 시도나 해보자, 혹시 학번만 알면 고지서는 과사 홈페이지 정도에서 뽑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라는 생각에 일단 농협 옆에 있는 공과대학 전산실에 들어갔습니다.

공대 전산실은 학부 때 많이 이용했었는데 (제가 컴공 출신이 아니라서, 컴퓨터를 쓰는 숙제를 하려면 여기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오늘 가보니 꽤나 깨끗해지고 모니터도 죄다 액정에 좋더군요. 근데 그 앞에 앉아서 로그인하려 했더니 계정이 없어졌는지 로그인이 안 됩니다.. 계정을 신청하려면 다시 전산실 사무실에 가서 서류 작성하고 신청해야 하는데 당장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연구실 선배 중에 전산실 조교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 선배에게 아이디를 얻으려 전화를 했더니 안 받습니다... ㅠ,.ㅠ

결국 모든 방법이 봉쇄된지라.. 다시 터벅터벅 신기술 연구소까지 올라왔습니다. 이제는 301동에 있는 과사에 가서 고지서를 받아서 내야겠는데, (그나마 다행으로.. 301동에 있는 농협에서도 받아 준다는 확답을 듣고 왔습니다) 이 몸으로 걸어서 올라갈 힘도 안 나고.. 좀 있으면 점심을 먹으러 기숙사 식당에 갈 테니 그 때 선배차를 얻어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점심 먹고 301동에 올라갔더니 12시 40분인데... 생각해보니 이 시간에 과사에 사람들이 있을리가 없지요. 점심시간이니까. 저는 1시부터 3시간 동안 수업이고, 수업 후에 처리하려다가 잘 안 풀리는 날에는 끝장이니 결국은 301동에 있던 후배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가보니 등록을 해 왔더군요. "고지서는 과사에 있디?" 하고 물어봤더니 후배의 대답인즉... "과사에서 다시 공대에 전화를 해서 뭐라뭐라 한참 확인하더니 출력해주던데요" 라더군요. 그말인즉슨... 제가 그 38동 농협에서 바로 옆 건물에 있는 공대 사무실을 갔으면 바로 고지서를 뽑아올 수도 있었다는 얘기로군요. (하긴 공무원들 하는 게 다 그렇듯이... 단대에 가면 또 과사로 보냈을 가능성도 반반입니다) 뭐 농협 직원이 거기까지 알 수 없어서 과사로 가라고 했던 것까지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만...

재작년에 대학원 입학 때는 저야 이미 충분히 학교의 시스템을 겪었기에 확실히 절차를 밟아 갔지만, 타교에서 온 사람들, 특히나 전기 컴공 기계 등 301동에 있는 학과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고생 좀 했을 겁니다. 뭐 하나 빠뜨리면 37동 공대사무실과 301동 과사 사이를 왔다 갔다 해야 했을 테니... 제가 서류 제출하러 들렀을 때도 제 앞 사람이 그 꼴을 당하고 있더군요. :-/

웬 민방위

그러고보니 어이없는 일이 하나 더 있었군요. 예비군 훈련을 갔다 온게 불과 열흘 전인데, (/2003-09-29) 며칠 전에 집을 나서는 경비원 아저씨가 붙잡습니다. 통지서를 가져가랍니다. 뭔 통지서? 갔더니만 13일날 민방위 교육을 받으러 구민회관에 오랍니다.

예비군 훈련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방위가 나온다니 경악할 노릇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훈련은 끝이라지만 아직 내년 8년차까지는 분명히 예비군이고 그게 끝나야 민방위일텐데 제가 잘못 알았나 싶어서 어리둥절한채로 학교를 갔습니다. 그런데 연구실 사람들은 다들 생판 처음 듣는 소리라 하더군요. 그래서 동사무소에 확인 전화를 하려다가 일도 바쁘고 해서 며칠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주민등록증을 찾으러 동사무소에 갔습니다. 이것도 신청한지 꽤 되었는데 지금껏 미루다가 이제서야 간 겁니다만.. 간 김에 동사무소 건물에 있는 예비군 동대에 갔더니 사병 하나가 벌떡 일어나며 어떻게 오셨습니까 하고 묻더군요. (에구 불쌍하게도... 이제 일병이던데 언제면..) 사정을 얘기하려는데 "민방..."까지만 얘기하니 혹시 민방위 통지서 받고 오셨냐고 묻더군요. 대충 감이 잡히더군요. 아니다 다를까 제 통지서를 받아들고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더니만 와서 하는 말이, 동사무소 직원의 실수로 예비군들에게 죄다 민방위 통지서가 날아갔다는 겁니다. -_-;;

사람이 실수할수도 있는 거고, 어차피 주민등록증 찾으러 갔던 거니 딱히 헛걸음한 것도 아니고 해서 거기까지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만... 이런 사소한 실수에서부터, 주민번호 입력 잘못으로 엉뚱한 사람이 전과자 되고 수배자 되고, 고등학생들 생활기록부가 병무청으로 넘어가질 않나 결국에는 국회에서 양가 아저씨 사건이 터지지 않나, 예전에는 군밤 봉지에 동네 주민들 신상명세가 쭈욱 찍혔던 적도 있건만, 어찌하여 이놈의 윗대가리들은 입만 열면 안전하니 어쩌니 하면서 NEIS 니 전자주민카드니 하는 전(電)화야욕의 꿈을 못 버리고 있으니 도대체 뭘 믿고 그러는지 속이 터질 노릇입니다.

  • Zehn02 : 민.. 민방위... 민/방/위 인제 주인장도 늙어버린 겐가.. - 2003-10-10 8:39 am
  • Raymundo : 잘못 나온 거라니깐!!! - 2003-10-10 8:54 am
  • HaraWish : 모든 행정은 과사에게 일단 물어보고 하는 게 최곱니다. 그리고 은행에 가기 전에는 전화(!)를 해서 필요서류를 체크하는 것이 삽질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죠. (물론 은행 직원들은 귀찮아하겠지만.) 다년간의 삽질 경험끝에 이뤄낸 '삽질 덜 하기'의 노하우입니다. T_T - 2003-10-11 12:1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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