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Diary/200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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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9

아듀, 예비군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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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를 켜라' 중에서. 근데 둘 다 민방위면 몰라도 예비군의 모습으로 보기에는 영... 출처:[movist.com])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비군 훈련은 보통 6월 말~8월 초 사이에 있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단과대별로 요일이 다르게 일정이 잡혔지요. 제가 1년차이던 97년경부터 한 3년 정도는 장마철과 겹쳐서 대충 말로만 교육하고 그랬는데, 점점 장마가 비껴가더니만 어떤 해는 산중턱에 올라가서 비탈진 곳에서 돌격앞으로를 두번씩 하는 비극적인 사태까지 벌어졌지요.

매년 학생이라는 이유로 단 하루 훈련받는 입장에서 할 소리는 아니겠습니다만, 처음 한 두 번이나 재미와 호기심으로 가지, 그 후부터는 정말 지겹습니다. 올해가 7번째인데, 정말 마음 같아서는 '돈을 갖고 튀어라'의 박중훈 같은 사람이 있으면 몇 만원 쥐어주고 대신 좀 가달라 부탁하고픈 심정이었습니다. 그나마 여름방학때 연구실 사람들하고 같이 갔으면 되었는데, 그 날은 뭔가 일이 있었고, 다음날이라도 가려고 했더니 날씨가 더운 게 도저히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2학기때 좀 시원해지면 가자..고 미뤘던 거죠.

예비군 훈련장의 하루.. 같은 것을 써 봐야 아는 사람에게는 뻔한 얘기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을 얘기고.. 몇가지 에피소드만 얘기하면...

아침에 군복을 꺼내어 입는데... 군대에서 혁대를 차고 끝이 길게 남으면 뭐라 그러는 터라 혁대 버클에 딱 맞게 길이를 줄였습니다. 제대 후 5년동안은 문제가 없었는데, 작년에 혁대를 매는 게 좀 버겹다 싶더니만... 올해는 아예 버클에 고정을 시킬 수가 없는 겁니다!!! ㅠ,.ㅠ (하려면 할 수는 있는데 배가 너무 답답해서..) 아무리 예비군이 껄렁껄렁하게 다닌다지만 혁대를 허리에 두르고 채우지는 않은채로 다니는 것은 너무하다 싶어서, (그리고 주인장은 군복을 입는 순간 사람이 변하네 어쩌네 하는 유머나 통념을 매우 싫어하는 터라, 복장은 항상 제대로 하고 다녔습니다. 남들이 보고 이제 1년차냐고.. -_-;;) 결국은 집합 장소인 학교 대운동장에서 군용품 파는 아주머니에게 혁대를 하나 사야 했습니다. 운동해야겠습니다...

이놈의 군화는... 분명히 현역 때는 잘 신고 다녔던 건데 (물론 처음 신은 후 몇 주간 고생하긴 했지만) 예비군 훈련날 신으면 발이 너무 아픕니다. 발뒤꿈치와 발목 뒤쪽이 계속 쓸려서.. 신고 집을 나와 학교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매 걸음마다 칼로 찌르는 느낌이.. 인어공주가 사람이 되었을 때 고생 좀 했겠다 싶더군요. -_- 저녁에 집에 와서 벗어보니 왼발에는 큰 물집하나가 생겼다가 터져 살이 벗겨지고, 작은 물집이 하나.. 오른발에는 작은 물집 두 개가 벌겋게 되어 있더군요. 그래도 작년처럼 양말이 피로 물드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_-;;; 예비군 훈련이 너무 싫은 이유가 이놈의 신발을 신고 계속 왔다리 갔다리 해야 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오늘 같은 경우는 사실 발만 편하면 그냥 놀다 온 셈 쳐도 되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

제가 이번이 7년차이고, 내년에는 8년차라서 예비군에 소속은 되어 있으되 훈련을 받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교관에게 물어보니, 내년부터는 7년차부터 훈련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크으윽.. 이거 하나뿐이면 그나마 참을텐데, 97년에 제가 1년차일때는 지금처럼 하루 종일 똑같이 훈련을 했는데, 98년부터는 1년차는 4시간만, 실내에서 교육 좀 받고 비디오 좀 보는 것으로 끝내는 걸로 바뀌었거든요. 다시 말해 저보다 1년 늦게 들어간 친구녀석들은, 첫해에는 저와 달리 실내에서 4시간 뻗대다 끝내고, 내년에는 저와 같이 훈련 없음 상태가 된다는 거죠!!! 군대 일찍 간게 무슨 죄라고.. 게다가 저는 일주일만 늦게 갔으면 97년 제대가 되는 거였는데.. 부러워 죽겠습니다.

아아... 아뭏든 이제 예비군은 안녕입니다. 어차피 다음은 민방위이고, 그건 또 어디서 뭘 시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오늘 부대 정문을 나올 때의 기분은 제대할 때의 기분 못지 않더군요.

  • Nyxity : 흠...내년에 7년차인데..ㅎㅎ - 2003-9-29 9:31 pm
  • Raymundo : 으아악, 제 질시의 대상자가 가까이에 있었군요. 부럽습니다.. ㅠ,.ㅠ - 2003-9-29 9:41 pm
  • Nyxity : 군대를 늦게간 것이 잘한일인 것 같군요. 4학년 1학기 마치고 갔다왔거든요. 근데 레이몬드님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갔다오신듯? - 2003-9-29 10:05 pm
  • Raymundo : 저는 2학년 2학기 때였습니다. 94년 가을~96년 12월 말이지요. - 2003-9-29 10:21 pm
  • Canday : 인어공주가 사람이 되었을 때 고생 좀 했겠다 싶더군요. -- ^^물집은 아니었고 스텝박스하다가 아킬레스건염에 걸려서 인어공주의 아픔을 느꼈었습니다. - 2003-9-29 11:26 pm
  • Raymundo : 그러고보면... 인어공주가 땅위에서 걸을 때 발이 아팠던 이유는 물에서만 살다가 땅을 밟으니 발이 쉽게 까져서였고... 말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아가미 따로 입따로 있던 것이 기도 하나로 숨도 쉬고 말도 하기가 벅찼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렇다면 마녀는 사실 별로 죄도 없다는?? 이게 무슨 헛소리.. (_ _)a - 2003-9-29 11:37 pm
  • Zehn02 : 역시 군대 얘끼 못지않게 예비군훈련 얘기도 남자들의 구미를 당기나 보군요. 그러고 보니 Nyxity님, Canday님은 남자분이시겠네요. 므흣! ^^/~ - 2003-9-30 8:05 am
  • Raymundo : 허걱.. Canday 님은 아니셔... -.-;;; 예비군 훈련 얘기에 답글 달았다고 다 남자면 너는 뭐냐... - 2003-9-30 8:17 am
  • dindoo : 성중오빠 예비군 훈련받을때가 생각이 나네요..후후..끝날때쯤 데리러 간다고 멀리서 보고있으려니까 너무 웃긴거 있죠. 총가지고 찌르기 훈련하는것 같았는데 다들 총과 함께 부르스를 추고있더라구요..호호 - 2003-9-30 9:16 am
  • Canday : '라이트를 켜라' 가 아니고 '라이터를 켜라'네요 ㅋㅋ. 이 영화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어서 무척 지루하게 봤는데 남자들은 좋아하더군요. - 2003-9-30 9:22 am
  • Raymundo : Canday/ 컥 ... 어쩌다 라이트라고 썼을까요.. ^^; 고쳤습니다. 그리고 정작 저 영화는 재미없을 것 같아서 안 봤어요. - 2003-9-30 9:29 am
  • Raymundo : dindoo/ 아니 어디서 훈련을 했길래... 민간인들에게 그런 모습을 다 보여줬나... - 2003-9-30 9:34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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