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Diary/2012년설연휴

마지막으로 [b]

/2012년설연휴

지난 추석 후 곧바로 설 표를 예매했어야 했는데 그걸 깜박하고 있다가, 석 주 전에야 시간 확인차 항공사 홈페이지 들어가서 '나의 예약 보기' 갔는데 아무 것도 안 나오는 것을 보고 망연자실... -_-;

"표 사는 걸 잊어서 못 내려가요"라고 했다가는 무슨 말을 들을지 상상하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표를 뒤졌는데, 다행히 연휴 전날 오전, 다음날 저녁에는 표가 좀 남아 있었음. 5박6일짜리 긴 일정이 됨.

내려감. 추움 -_-; 일기예보에서 연휴 동안 한파라고 하긴 했지만 제주도는 그래봤자 영상1도 이런 식이라서 뭐 그 정도야 했는데... 바람 맞으면 몸이 덜덜덜...

간만에 보는 조카는 아주 귀여웠으나... 말을 할 수 있는 조카는 못 하던 때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음. "**야 큰아빠 일해야 하니까 이따가 놀자~(또는 그만 놀고 맘마먹자~, 밥먹었으니까 치카치카하자~ 등등)" 했는데 "싫어요~"하고 고집 부리면 아주ㅋㅋㅋㅋㅋㅋ 날씨도 궂고 해서 밖에 나가자고 하지 않는 건 좋았는데, 마당을 십수 바퀴 도는 걸 따라다닐 때보다 마주보고 앉아서 색종이 같이 접으며 말상대 해주는 게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놀라웠음.

설 당일부터 간간히 눈발. 어차피 제주시에 오는 눈은 어지간하면 반나절이면 녹아 없어지긴 하지만, 설 다음날 아침에는 좀 쌓여 있어서 사촌동생은 서울 가는 비행기 출발 시각이 지연되고, 탑승 후에도 한시간 정도 대기했다가 이륙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림. 고생 많았다고 위로를 했음.

하루 더 지나 연휴 다음인 어제. 햇빛과 눈발이 번갈아가며 날리는 기묘한 날씨. 낮에는 계속 바로바로 녹던 눈이, 저녁 비행기 타러 공항갈 무렵부터 굵어짐.

탑승은 제 시간에 했는데... 활주로에 눈을 치운다고 이륙이 예정보다 40분 지연... =ㅅ=; 전날 사촌동생이 페이스북에서 "고생은 저로 끝나길"이라고 답을 줬었는데, 이것이 나의 운명을 예고하는 복선이었을 줄이야! 그런데 사실 나는 탑승하자마자 잠들어서... 중간중간 눈뜰 때마다 지상이길래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한시간 동안 잤던 거였다;;;

도착하니 깜깜한 밤. 공항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 막히지 않는 것은 좋았음.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가는 길은 항상 곤욕. 내려갈 때는 없던, 음식물이 담긴 스티로폴 박스들이 늘어나기 때문. 끙끙대며 나름. 집에 들어가서 한숨 한 번 쉬고, 짐을 풀려고 하는데, 아내가 나를 보며 말하길... "여보, 물이 안 나오는데?"

다섯 밤을 비우다보니 수도관이 없어버림ㅠㅠㅠㅠ 서울와서 산 지 이십년 가까이 되었지만 이런 적은 없었는데ㅠㅠㅠㅠ

관리사무소에서 당직 서던 기사님이 와서 드라이어로 바람을 쐬어봤는데, 계량기 바닥이 터져서 물이 새어나옴. 별 수 없이 물 잠그고, 단수 상태로 밤을 보냄. 밤11시에 관리사무소 건물에 가서 화장실에서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일보고...

아침에 설비업체 사람을 불렀는데, 계량기는 교체하면 되는데 문제는 계량기에서 우리 집 안으로 들어가는 파이프도 얼어 있다는 것. 만일 벽 안쪽까지 깊이 얼어있다면 벽을 깨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2년전 아래층에물이새요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게 하는구나... 게다가 이쪽 관은 플라스틱이라서 얼어서 깨지는 것과 얼음을 녹이려다 관까지 녹아버리는 것도 조심해야 했음. 일단 계량기만 교체하고, 바깥쪽만 드라이어로 시도해보다가 안 되면 다시 의뢰하기로 함.

업체 사람 돌려보내고 복도 바닥에 쭈구려앉아서 파이프에다 드라이어 바람을 쐬어주기를 10여분...

계량기를 흘긋 보니 빨간 십자 바퀴가 빙글빙글 돌고, 아내가 집 안에 들어가보더니 "물 나와요!" 외침 휴우 한숨 돌렸음.

이게 오늘 오전까지의 얘기고, 저는 어제부터 편두통인지 몸살인지 알 수 없지만 암튼 머리가 아파서 약 먹고 뻗었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명절 이런 건 하지 말고 그냥 연휴 휴식만 즐기면 안 될까... -ㅅ- 고향까진 다녀오더라도 음식이니 손님 맞이니 이런 것만 안 하면 부담이 훨씬 줄 텐데...
-- Raymundo 2012-1-26 9:08 pm

Comments & Trackbacks

고생 많았어요. 고향집에 내려가면 일하느라 고생하는 마누라의 눈치를 보느라 고생하는 남편.. ㅋㅋ..
당신 친척형수는 시집 식구가 "너는 시집 잘 온 줄 알아라"는 말에 부아가 났다는데..
당신 어머니도 당신 마누라에게 "너는 시집 잘 온 줄 알아라" 하셨는데.. 부아는 안 났습니다.
그런데 내 입으로, 또는 당신 장모의 입을 빌어 시어머니 기분 좋게 들으라고 "시집 잘 왔다"고 말 할 때는 몰랐는데, 시어머니 말씀으로 들으니.. 부아는 안나도 속으로 ㅋㅋㅋ 하고 웃었습니다. ㅋㅋ
-- Zehn02 2012-1-26 9:23 pm

ㅎㅎㅎㅎㅎ
-- Raymundo 2012-1-26 9:5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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