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Diary/2003-11-23

마지막으로 [b]

/2003-11-23

강철민 이병

(자신이 평범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할 뿐인 소시민, 내지는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이 땅에 태어난 국민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오늘자 일기는 읽지 말고 넘어가기 바람. 서로의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없음)

클리앙 자게에서도 약간의 논쟁이 있었는데, 뭐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듯 하지만 일단은 군인이 항명하는 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비치는 듯 하다.

특별히 사회과학 공부를 한 게 전무해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2차대전 발발 당시 유럽의 공산주의자들은 이 전쟁이 오래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오로지 자본가들의 식민지 다툼일 뿐인 이 전쟁에 노동자들이 참여할 리가 없기 때문에... 그러나 현실은, 개전과 동시에 노동자들은 조국에 충성하는 국민이 되었고 군인이 되었다. 그리고 죽이고, 죽어갔다.

내 자신이 한없는 이상주의자는 아니기에, 강 이병이 자신의 행위 때문에 처벌을 받는 것 까지는 - 매우 맘에 들지 않지만 -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마치 나라를 팔아먹기라도 한 것처럼, 마치 자신은 자나깨나 애국애족해왔던 것처럼 떠들어대는 인간들. 그 썩어 문드러진 입에는 저주밖에 보내줄 것이 없다. 입만 살아 지금 이곳에서 나불대는 것이 전부인 내 자신에게도 역시.

군인도 위법한 명령에는 따르지 말라 하였다. 하물며 위헌 논란이 이는 것이 파병일진데... 명령에 복종하여 피난민을 학살하고 명령에 복종하여 빛고을을 밟았으면 그로 족하지 않은가.

강 이병의 신념과 용기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그와 그의 주변인들이 겪게 될 몸고생 마음고생... 부디 꿋꿋하게 이겨나가시기를.

  • Raymundo :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클리앙 사람들이 와서 볼 까봐 첨언하면, 그 쪽에서 주인장과 논쟁하던 사람들 얘기가 아니니 오해 마시길. - 2003-11-23 10:34 pm
  • eli : 지난 여름에 <영미문학과 현대사회>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2차대전 당시 미국의 전쟁캠페인 분석에 대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었어요. 국가와 가족의 교묘한 자리바꿈. 전쟁의 이익이 바로 당신 것이 될 것이라는 말장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공포 부풀리기 등...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은 결국 일부 지성인들의 몫일까요? 하긴 누가 지성인인지, 무엇이 지성인지도 헷갈리는 세상입니다만... - 2003-11-24 9:43 pm
  • 이호상 : 군인 신분이란게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는군요. 군인이란 국민 개개인이라기 보다는 군대라는 조직의 구성원일 뿐이니... 뭐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어려운 판단으로 인해 골치아픈 인생을 살게 되었군요. 그 사람의 용기(?)가 파병 불가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 2003-11-25 8:57 pm
  • Zehn02 : 이라크에서 미군 살해 사건을 뉴스에서 보고서.. 부시는 저런 전쟁을 하고 싶은거야? 라고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바로 그 다음 뉴스는 자국군의 죽음에 자극받은 미국은 한껏 고무되었고, 대선을 1년 앞둔 부시는 다시 으쓱하겠죠. - 2003-11-27 8:1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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