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에 놀러 갔다가 다음과 같은 기사를 봤습니다.
[이메일 잘못 보냈다면…"다시 고쳐라" -- IT 종합뉴스서비스 - ZDNet Korea]
기본적으로 이메일 프로토콜이 이런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데, 뭐 특정 서비스 사용자들끼리 (예를 들어 Daum 사용자가 Daum 사용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경우라면 모를까, 도대체 어떤 식으로 구현했을까 짐작이 안 되더군요. 뉴스그룹처럼 삭제 메시지를 다시 전파하는 방식도, 모든 서버들이 다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될 테고 말이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제목만 휙 봤을 때는 지하철 환기구 풍력발전 수준의 사기라고 생각했는데, 보아하니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가 지나가던 연구실 후배 붙잡고 기사 제목을 읽어주면서, "이거 불가능한 거 아니냐?" 했습니다.
그 후배, 몇 초 머리를 굴리나 싶더만, 바로 "
내용을 이미지로 서버에 보관하면 되겠네요" 대답합니다.
듣고 보니, "어 그러네..."
주인장은 어릴 적부터 문제는 못 풀지언정 풀이를 보면 그걸 이해하는 건 잘해서... (요즘은 그것마저 안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만;;;;) 저 한 마디에 바로 이해를 하긴 했습니다;;;;
요는 이런 거죠,
- 발송자는 솔루션을 사용해서 메일을 발송한다. 아마도 웹메일 서비스로 운영되겠죠.
- 웹메일 서버 쪽에서는 메일의 내용을 통채로 이미지 파일로 만든다. 뭐 미리 만들지 않고, 나중에 수신자가 요청하는 시점에 즉석으로 만들 수도 있겠네요.
- 실제 수신자에게는 단지 이 이미지를 볼 수 있는 html 태그만 덜렁 담긴 메일을 보낸다.
- 수신자가 메일 클라이언트에서 메일을 보면, 이 이미지가 그제서야 서버에서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 수신자가 메일을 읽기 전에 얼마든지 내용을 변경하는 게 가능하겠죠. 웹메일 들어가서 "기존에 보낸 메일 내용 변경하기"류의 메뉴가 있을 테니 거기 들어가서 내용을 고치면 되겠죠. 수신자가 이미지를 확인하는 시점에서는 변경된 내용을 볼 거고...
- 좀 막 나가면(?) 수신자가 메일을 읽기 전이든 후든 상관없이 변경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오리발 내밀기" 메뉴가 있을지도? :-)
- 첨부파일도 마찬가지로, 첨부파일을 메일에 포함시켜 발송하는 게 아니라, 서버에 저장해 둔 후 수신자가 요청할 때 그제서야 다운로드하게 하면, "앗 첨부 파일을 엉뚱한 걸로 보냈다" 이럴 때 바로잡을 수 있겠군요.
뭐 실제 저 기사에 나온 솔루션이 어떤 식으로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히나
‘Coordinate 계산 알고리즘’과 ‘Web Rendering’ 기술이 뭔지 매우 궁금함), 일단 이런 식으로라도 가능하다는 건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저 후배가 몇 초만에 떠올린 생각을 나는 왜 십 여 분을 고민해도 안 떠올랐을까...
"
발신자가 작성한 메일이
발신자의 손을 떠나면,
붙잡을 방법이 없다"라는 현재 상황에서,
저는 계속 "
발신자의 손을 떠나지 않게 할 수 없을까", "
떠난 후에 붙잡을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던 건데, "
발신자가 작성한 내용 대신 딴 걸 떠나보내자"라고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문제였던 거죠. 정말이지 콜롬버스의 달걀...
발신자가 작성한 형태 그대로 수신자가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다보니 (주인장은 그래서 html형식의 이메일도 안 좋아하는 편입니다, 뭐가 태그를 사용하여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것도 기분 나쁘고), 그 고정 관념을 벗어나지 못한 게죠.
음,
담배를 끊으면 머리 회전이 지금보다는 좀 빨라질 수 있을까요 -_-?
Comments & Trackbacks
한가지 생각에 집중하고 있으면 다른생각을 떠올리기가 힘들죠. 아마 프로토콜 쪽으로만 집중하고 있어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던게 아닐까요? ^^
-- philia 2008-11-6 8:50 am
- 근데 집중이 끝난 후에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OTL
저도 같은 생각을 해낸걸 보면 담배엔 죄가 없습니다.
그러고보면 십수년 전에 메일 수신 확인하는 방법이 숨겨진 이미지를 이용했더랬지요...
- 음 담배에 죄가 없는 걸 기뻐해야 하는 건지ㅎㅎㅎㅎ 그렇잖아도 이미지를 사용한 수신 확인 기법(근데 요즘도 수신 확인은 이미지로 하지 않나요? 다른 걸 쓰나요?)까지도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 상황에서 저는 위 아이디어로 진행이 되긴 커녕 "애초에 이메일 프로토콜에 없는 수신 확인을 구현하려고 하니 그런 편법을 쓰는 판인데, 하물며 보낸 메일의 내용을 변경한다는게 도대체 말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을 해 버린 겁니다.
게다가 타이밍 문제도 있었던게, 그놈의 지하철 풍력 어쩌고 하는 얘기 막 나돌고 있던 때라서, 일단 흠칫하고 사기꾼 의심부터 하게 되던 판이라... (아 비굴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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