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좋은 사람이 먼저 떠날까
사당동 살 때도 그러더니...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두 분 중에 사람 좋고 친절하고 잘 해 주시는 분이 그만 두셨는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며칠째 안 보이길래 휴가를 갔나 했는데 오늘 물어보니 바뀌었다 함. 새로 오신 분이야 아직은 모르겠고, 다른 한 분은 무뚝뚝 그 자체라서 영...
이렇게만 말하고 나니 괜히 인상만으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사례도 몇 개 드는 게 낫겠다. 그만 두신 분을 ㄱ씨, 다른 분을 ㄴ씨라고 하면,
- ㄱ씨는 주인장이나 주인장 동생에게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써 준다. ㄴ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반말. 나이야 당연히 그쪽이 많지만, 제대로 통성명 한 번 하지 않은 사이에 매번 "어이", "학생" 하며 반말 듣는 게 기분 좋을 리 없다.
- 오가다 마주치면 (주인장은 꼭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ㄱ씨는 자신이 먼저 고개를 숙여가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ㄴ씨는... 학생이 인사할 때 교수의 반응 정도를 생각하면 딱 맞다.
- 택배가 오면 ㄱ씨는 인터폰으로 "지금 택배 가지고 올라갈께요" 하고 진짜로 들고 온다. (물론 차마 집에서 기다릴 수 없으니 나도 내려간다. 결국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남) ㄴ씨는? "학생, 택배 왔어" 하고 끝이다. 어제는 밤늦게 집에 왔다가 차에 두고 온 게 있어서 다시 나가는데, 나갈 때 마주쳤더니만 계속 집에 있었던 줄 알았는지 "택배 왔어! 인터폰 해도 안 받더구먼!"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렇잖아도 피곤한 와중에 투덜대는 말을 들으니 폭발 직전이었다.
- 주인장의 어머님이 가끔씩 상경을 해서 오면.. ㄱ씨는 경비실에서 달려나가서 짐 하나라도 더 자신이 들어 주려 한다. ㄴ씨는 경비실에 앉아 턱 괴고 바라보는 게 끝이다. 주인장에 대한 태도야 뭐가 어찌 되었던 별 개의치 않고 살지만, 부모님에 대한 태도가 이리 다른데 좋게 보일 리가 없다.
물론 아파트 경비원이 아파트 주민을 섬기는 신분이 아니다. 특별히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높여 대할 의무도 없다. 하지만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데에는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 역시)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 법이다. 주인장 쪽에서도 이제는 본 체 만 체 할까 하다가도 덩달아 똑같아지는 것 같아 아직까지는 꼬박 인사를 하는데, 이렇게 2년 여 지나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상대방을 보니 무의미한가 싶다.
이렇게 홈페이지에다 배설하듯 남 흉 보는 주인장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안 좋은 인상을 준 적도 기분 상하게 한 적도 많겠지. 반성해야겠다.
참, 무슨 일로 그만두셨는지는 모르지만, ㄱ씨에게는 늘 감사했고, 존경한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어디에 계시든 행복하시길.
- Raymundo : 헛, 오늘 아침 집을 나서는데 단지 정문 근처에서 청소를 하시는 것을 뵈었음. 정문 초소로 옮겨졌다 함... 다시 뵐 수 있어 좋긴 한데, 어째서 이리 뜬금없이 (본인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옮겨졌을까... - 2004-3-26 8:0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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