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Diary/울티마5

마지막으로 [b]

/울티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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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갑자기 옛날 기억이 생각이 나서...

90년 경에 집에 XT 컴퓨터가 생기고, 허큘리스 보드에다가 애드립 사운드카드 달고 이런 저런 게임을 했었는데...

주인장은 컴퓨터 하며 노는 걸 좋아하는 것에 비해, 정작 게임에 소질은 없는 편입니다. 아케이드나 슈팅 게임은 반사신경 부족으로, 무한 컨티뉴가 되지 않는 이상은 끝까지 가본 적이 없고, RPG 이런 건 노가다하다 보면 짜증나서 관두고... 어드벤처 게임은 화면 곳곳을 클릭하면서 힌트를 얻는 것에 지쳐서 하다 말고... 그나마 공략집이 잘 나와 있으면 그거 보면서 따라하긴 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게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배". 이게 영화 스토리 그대로 흘러가다보니까 독일군들이 기거하고 있는 어느 성에 들어가게 됩니다. 중간에 순찰 도는 독일병사를 만나면 대답을 잘 해서 피해가야 하는데 실패하면 1:1 복싱 모드로 바뀌는데 말이죠, 저는 어느 뚱뚱한 독일 병사(체력이 다른 병사보다 높았음)를 도저히 복싱에서 이기질 못해서 결국 포기했습니다 ㅠ,.ㅡ 제대로 끝까지 간 게임 중에 기억나는 건 "LOOM"이로군요. 이건 공략집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다보니...

그때 했던 게임 중에 그 유명한 "울티마5"도 있었습니다. 이것도 컴퓨터학습이라는 잡지(그 때 이미 제목이 마이컴으로 바뀌었던가?)에 공략집이 나와 있는 걸 옆에 두고, 공략집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서 막 영어 사전 뒤지면서 NPC들과 대화하고, 몬스터들과 싸워가면서 어찌어찌 진행을 해 나가고 있었죠.

그런데 다음 세 가지를 터득하게 되면서 순풍에 돛 단 듯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 Magic Axe를 돈 받고 파는 가게가 있더라 - 이 도끼를 가지고 싸우면, 전투 화면의 끝에서 끝까지 사정거리가 닿기 때문에 전투가 매우 수월하죠. (Magic Bow도 사정거리는 같았는데 이건 쏠 때마다 화살이 축나서...) 어디서 하나 줍는 것까지는 공략집 보고 알았는데, 이것도 돈 받고 파는 가게아 있어서 골드만 충분하면 파티원 전부가 소지할 수 있더군요. (음 도끼는 매번 가서 주워야 했던가? 아래 반지는 확실한데... 가물가물;;)
  • 파티원 전체가 Invisibility Ring을 착용하면 전투가 껌이더라 - 손에 끼면 투명인간이 되는 반지인 셈인데, 파티원(처음에 3명으로 시작) 전부가 투명 인간이 되어 전투에 돌입하면, 몬스터들은 우리가 전혀 안 보이는 상태에서 싸우니까 당황을 해서 그런지... 저 도끼 한 두 방 맞으면 바로 죽습니다. 게다가 저쪽은 우리를 공격하지도 못하죠. 그러니 언제든 일방적인 학살이 가능. 다만 이 반지도 내구도 개념이 있어서 부서져 버릴 때가 있는데, 여유분을 준비했다가 바로 착용시켜 주면 됩니다. 그리고 이 반지도 역시 돈 받고 파는 상점이 있더라고요.
  • 그런데 정작 저 아이템들을 여유분까지 해서 잔뜩 구입할 거금의 골드는 어떻게 조달하느냐... 던전 한 곳을 다 쓸어도 그만한 돈이 안 모입니다만... 울티마5의 각 던전들은 지하1층부터 8층까지 있고, 각 층은 통로와 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통로에서도 마주치긴 합니다만, 주로 방에 들어가면 몬스터들이 있죠. 그런데 방에 들어가서 몬스터들을 전부 잡는 게 아니라, 한 마리 남겨놓고 방 밖으로 도망갔다가 다시 들어가면 몬스터들이 전부다 다시 나타납니다! 그래서 계속 방하나 들락날락 거리면서 경험치도 쌓고, 죽은 것들 시체를 뒤져서 골드도 얻고...

던전 쓸어 돈 벌어 -> 도끼하고 반지 구입 이 과정을 반복해서, 이 정도 여유분이 있으면 끝까지 진행할 수 있겠거니 싶을 때가 되자 이제 로드 브리티쉬 폐하를 구하러 마지막 여정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여정길이란 게...
  • 지상에서 모 던전으로 들어감
  • 던전에서 쭉 내려가서 지하세계로 나옴
  • 지하세계에서 다시 이동을 좀 한 후 다른 던전으로 들어감
  • 그 던전 끝까지 내려감
정도였는데,

지상 세계에서 던전에 딱 들어간 건 좋은데, 들어가자마자 사방이 막혀 있더군요. 그런데 이건 공략집에 공략법이 나와 있어서... 동굴 벽의 몇 지점을 지정한 순서로 공격하면 벽이 무너지면서 통로가 나옵니다.

문제는, 드러난 통로에 바위들이 가득 차 있어서 그 통로로 이동을 할 수가 없더라는 것 -_-

그 바위를 다시 부술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와 제 동생이 열심히 이곳 저곳을 두들겨보고, 뭐 필수 아이템을 빼먹은게 없나 싶어서 공략집 보며 점검도 하고...

아 당시에 PC통신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만 ㅠ,.ㅠ. 당시 집에는 모뎀도 없었죠. 주변에 물어볼 곳도 없고.

결국은 하다하다 안 되어서 포기.




그리고 대학교 들어오고, 군대도 다녀 오고, 복학하고 나서... 정확히 언제쯤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복학 후라면 90년대 후반 아니면 2000년대 초반?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맘이 들어서 설치하고, 공략집을 다시 구해볼 곳을 찾아서 아마 도서관에도 그 잡지 있나 알아보러 가고... -_-; 그래서 어찌어찌 똑같은 상황까지 도달했습니다. (말이 쉽지 그 지점까지 가기 위해서 지상 지하 두 세계 곳곳을 돌아댕기고...)

자, 똑같이 통로는 생겼는데 바위가 앞을 막고 있는 상황... 역시 저 바위는 없어지지 않더군요...

그런데,

그 바위 앞에 가서 "K"키(Climb 명령)눌렀더니 바위를 타고 한 칸 전진하지 뭡니까....

Upload:jb005.jpg

원래 Climb 명령은 야외에서 적당한 경사의 산이 가로막고 있을 때 그냥은 전진이 안 되고 climb명령을 써서 한 칸씩 이동해야 했던 건데... 지하동굴 안에서 그걸 써야 됐을 줄은 꿈에도... ㅠ,.ㅠ

드디어,

드디어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는 끝장을 보자,

열심히 길을 뚫고 바위를 타고 넘어서 지하 세계에 도착. 지하 세계에서 산 넘고 물 건너서 거대한 호숫가에 도착. 여기에서 예전에 획득한 부적을 사용하니 동굴 입구가 나타나고!!!

짜잔~ 하고 동굴에 진입. 오오 여기가 브리티쉬 폐하가 갇혀 있는 그 곳. 폐하 기다리십시오 제가 곧 갑니다.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으니 save해 주고

눈 앞에 방에 딱 들어가니 몬스터들이 득시글! 자 학살해주마~~



이 동굴 안에서는 투명화 반지가 효력이 없어

  • 나는 반지만 믿었고
  • 최대 6명까지 파티를 만들 수 있는데 파티원을 전혀 구하지 않고 처음 시작했던 3명의 멤버 뿐이고
  • 레벨은 여기까지 오다보니 그럭저럭 높긴 했는데
  • 좋은 갑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 좋은 방패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 치료용 물약을 챙겨 온 것도 아니고
  • 마법을 쓰려고 해도 마법 스크롤을 미리 만들어야 하는데 만들지도 않았고
  • 이제 와 만들려고 해도 스크롤을 만들려면 인삼이니 마늘이니 하는 재료들이 필요한데 그런 게 있을리도 없고
  • 이 동굴은 들어오긴 맘대로인데 다시 나갈 수도 없게 되어 있고
  • 동굴 들어온 다음에 세이브했기 때문에 백날 새로 시작해도 동굴 안이고

에라 하고 싸워 보았으나... 역시나 허접한 3인방은 곧 전멸....

Upload:jb008.jpg




결국 끝을 못 보고, 그날 때려치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지점까지 진행한 것만 해도 참 대단했었던 듯;;
-- Raymundo 2008-10-21 8:03 pm

Comments & Trackbacks

이거 하느라고 새벽 2시까지 마누라는 혼자 자도록 내 팽겨둔 게로군요..
-- Zehn02 2008-10-22 1:30 pm

음? 글 쓴 건 어제 저녁이고... 울티마 하던 건 결혼 전인데요;
-- Raymundo 2008-10-22 1:34 pm

아아,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그러고보니 요즘 시간날때 인디애나존스3 가지고 놀고 있답니다. scummVM이란거 잘 만들었더군요 :)
-- philia 2008-10-22 5:29 pm

진짜 불쌍하지 않습니까 ㅠ,.ㅠ
-- Raymundo 2008-10-22 5:4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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