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Diary/맥가이버흉내의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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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가이버흉내의최후

지금 사는 집에 이사를 왔을 때, 거의 모든 게 깨끗하고 좋았는데, 화장실 전등 스위치가 좀 이상했습니다.

Upload:switch01.jpg
(위는 전등, 아래는 환풍기)

스위치를 켜면 "딸깍"하며 넘어가서 켜지거나 반대로 꺼져야 하는데, 켤 때 제대로 딸깍 걸리지 않더라고요. 아마 내부에서 파손이나 마모가 되었지 싶은데. 그래서 잘 켜지지 않거나 켜졌다 꺼져버려서 다시 잘 만져줘야 했지요.

저희 부부는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부모님이 오시니 불편해하시더군요.

그래서 스위치를 바꾸자고 결정!




그런데 경험상, 설치된 지 몇년이나 지난 것 같은 이 스위치와 똑같은 스위치를 살 수 있을까 의문이었습니다. 마침 이 집은 모든 스위치가 다 동일한 제품이었는데, 이제와서 하나를 다른 걸로 바꾸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모든 스위치를 다 바꾸기는 더 이상하고...

그러다 머리를 스쳐가는 아이디어!!! 아래 환풍기와 위 전등 스위치를 맞바꾸면 되겠네. 환풍기야 뭐 잘 안 켜져도 그만이니

Upload:jb013.gif




일단 조심조심 (스위치를 교체해보는 건 처음이라) 차단기를 내린 후 스위치를 뜯어봤습니다. 아래와 같이 생겼더군요.

Upload:switch02.jpg

겉면부를 제거하니까 안쪽에 저런 부속이 두 개 달려 있고, 위쪽 부속이 확실히 문제가 있어서 딸깍하고 걸리지 않고 있음.

이때 그냥 전선만 서로 바꿔 연결했으면 됐는데 OTL - 물론 그러면 아래 스위치가 전등이 되니까 좀 헷갈리긴 했겠지만.

저는 과감하게 부속 두 개의 위치를 바꾸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위쪽 부속을 떼어내려 했는데... 이게 쇠 프레임에 단단히 끼워져 있어서 쉽지 않더라고요. 드라이버를 끌처럼 써서 낑낑대면서 간신히 떼어냈습니다.

이제 아래쪽을 떼어내야 하는데... 굳이 통채로 뗄 필요 없이, 흰색 부분과 녹색 부분 사이를 떼어서 녹색 부분만 바꾸면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래서 아래쪽 부속은 녹색 부품만 슬쩍 떼어냈는데... (이건 수월했음)




Upload:switch03.jpg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ㅠ,.ㅠ

도저히 이걸 정확히 원래대로 조립할 엄두가 안 나...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전기가 흐르는 부속이니 대충 할 수도 없어...

결국 새로 사오기로 함. 차라리 진작에 그럴 걸

근데 여전히 원래 달려있는 스위치와 똑같은 걸 구하고 싶다는 미련을 못 버려서,

1) 전에 살던 아파트 근처에 있던 철물점에 가 봄 - 아니나 다를까 똑같은 건 없음

2) 지도에서 잠깐 검색해보니 학동역 주변에 "건축 자재 백화점"이라는 이름의 건물들이 여럿 있더군요. 그래서 버스 타고 가서 두세 군데를 들렀는데... 한 건물 안에 타일, 욕조, 주방 등등 주택 내부의 다양한 부분에 관련된 매장들이 모여 있긴 한데,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바꾸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거지 몇 천원짜리 스위치를 사러 온 사람을 위한 매장이 아니더라고요. 정확히 말하면 반바지에 샌들 신고 간 제게는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음 -_-;;;

3) 그 동네에 조명 가게도 있길래 들어가서 물어봤는데, 다행히 거기 아저씨가 친절하게 얘기를 들어주시더군요. 그 분 왈, "이건 (제가 들고 간 기존 스위치) 대량 납품용이었던 것 같고 이걸 취급하는 가게는 근처에 없을 거다. 수십 군데 돌아다녀보면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인건비가 더 들 것 같다"더군요.

4) 다시 집으로 와서 옆에 있는 김씨네구락부 마트에 갔습니다. 이것도 그냥 3)번에서 들른 가게에서 예쁜 스위치 골라서 샀어도 되긴 했을텐데, (친절한 아저씨에게 보답도 할겸?) 이왕 스위치가 달라지면 앞으로 교체할 때마다 또 사와야 할텐데, 가까운데서 사야 다음번에 또 같은 종류로 사 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죠. 과연 다음 번 스위치를 바꿀 날이 언제 올지, 그때도 지금 산 모델이 그대로 있을지 의문이라는 걸 고려하면, 무의미했던 듯;;;

5) 김씨구락부에서 2구 스위치 하나 사고, 사는 김에 안방 스위치도 좀 불편했던터라 1구짜리도 사고, 집에와서 바꿔 달고, 괜히 뿌듯해하면서 애꿎은 전등만 껐다 켰다 네다섯번 해보고...

이렇게 어줍잖은 맥가이버 흉내는 반나절을 꼬박 날리면서 끝났습니다

Upload:jb014.jpg

왜 난 행보칼 수가 업서!!!

-- Raymundo 2010-7-12 6:19 pm

Comments & Trackbacks

스위치를 사서 바꾸신 것만 하더라도 제가 보기엔 충분히 맥가이버..
-- Nyxity 2010-7-12 6:38 pm

설마요ㅎㅎㅎ 하긴 스위치가 고장나는 경우는 매우 드무니, 저도 서울 와서 산 지 십수년만에 처음이네요.
-- Raymundo 2010-7-12 7:32 pm

40년만에 전등 처음 갈아 끼운 아줌마를 보는 듯..
(사실 그 아줌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갈아끼운 전등.. 깨먹었어서 온 방안에 유리 파편을 뿌렸다고.. -_-;;)
-- Zehn02 2010-7-13 10:46 am

내가 저 부속 뜯다가 내용물이 와르르 쏟아지는 순간의 심정이 그 아줌마의 심정이었겠구먼...
-- Raymundo 2010-7-13 7:2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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