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Diary/두통과체함-어느게먼저인가

마지막으로 [b]

/두통과체함-어느게먼저인가

2005-7-5

가끔씩 아래와 같은 증상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머리가 지끈지끈하다가,
속이 메스꺼워지고,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게 되고,
결국 할 일 다 팽개치고 잠자리에 일찍 들지만 머리가 아파서 누웠다 앉았다 엎드렸다 등을 반복하다가,
도중에 식은땀은 엄청 나면서 더운데 그렇다고 이불을 덮지 않거나 부채질을 조금이라도 하면 그건 너무 춥게 느껴지고,
간신히 통증을 참으며 잠이 드나 싶더니 갑자기 속이 뒤집히는 바람에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먹은 것 다 게워내고,
머리 아픈 것은 이 시점에 최고조로 달하고,
다시 잠자리에 누우면 머리는 깨질 듯 아픈데 이미 몸이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로 잠은 금방 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말짱.
저는 지금까지 이 증상을, 뭔가를 잘못 먹어서 체하거나, 가벼운 식중독 (가벼운 식중독이란게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속이 미식거리고 구토를 하게 되는 것 등이었고, 아무래도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몸이 제대로 굴러가지를 않아서 머리까지 아프게 되나보다...라는 거였죠. 그래서 가장 최근에는 속이 메스꺼움을 느끼자마자 소화제와 활명수를 찾아 먹었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더군요.



근데, 바로 그 며칠 후에, KPUG 만능문답란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온 겁니다.

[체하면 두통이 생기나요?]

저 글에서 jamiro님이 쓰신 증상이 너무도 저와 비슷해서 공감하는 리플을 달았는데, 그 아래 DrSohn님(의사이신듯 합니다만)의 충격적인 리플이...

보통 편두통이 있으신 분들 중 반 정도는 '나는 체하면 머리가 아프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실제로는 두통에 의해서 체한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거지요.(이하 생략)

그 리플에 달려있는 그 외의 증상 (관자놀이, 눈의 통증 등) 마저도 제가 겪었던 그 증상...



아니 그렇다면, 저는 지금까지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생각해왔던 것인가...



그런데 바로 어제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더군요. 근데 이건 분명히 체한 것은 아닌 게, 점심을 먹은 후 한참이 지났고, 저녁을 먹기 전에 머리가 먼저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첨에는 감기기운이 있나 싶었는데...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은 후에 머리가 심하게 아파오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이 영락없이 올 게 왔다 싶길래, 저 만능문답 글이 생각이 나서 밤9시에 약국에 찾아가서 편두통약을 사 와서 먹었습니다.

먹고 나서 다시 자리에 누웠는데, 계속 뒤척거리다보니 어느 순간 머리 아픈게 좀 가시는 느낌이 나더군요. 예전같았으면 더 심해지다가 결국 속이 울렁거려 구토를 했을 텐데 말이죠. 그러다가 잠이 들었고, 아침이 되니 결국 말짱...



이게 정말 편두통약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단지 약을 먹었다는 기분 탓에 (플라시보 효과던가요?) 증상이 완화된 것인지, 애초에 이번에는 별로 심하지 않았을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뭔가 기분이 참 묘하군요. 앞으로는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 덜 고생하겠다 싶어 기대도 되고, 제 몸을 가지고 무슨 화학실험을 한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적용해서 다른 결과가 나타남을 측정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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