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7
오늘 우연히 봤는데 KBS1에서 [우리말 겨루기]라는 퀴즈프로가 있더군요. 제가 본 전반부는 단어를 제시하고 뜻을 맞추고 후반부는 뜻을 듣고 단어를 대고, 마지막 달인 퀴즈는 띄어쓰기, 발음의 장단 등을 맞추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의 긴 발음 짧은 발음이 아직도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1단계의 방식은, 단어를 제시하고, 뜻을 보여주는데 군데군데 밑줄로 가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만장만 : __만 하고 __하지 않는 __
위와 같이 주어지고, 출연자들이 번갈아가며 각 빈칸에 들어갈 글자의 초성을 추측합니다. 자신이 추측한 초성이 어느 칸엔가 있다면 계속 기회가 주어지죠. 그래서 모든 칸이 채워지면
볼만장만 : ㅂㄱ만 하고 ㄱㅅ하지 않는 ㅁㅇ
그 다음은 정확히 저 뜻 부분을 맞추는 건데... 위 문제의 정답은 "보기만 하고 간섭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1단계에 나오는 단어들은 (저 "볼만장만"도 그렇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단어들이라 신기하더군요. ^^ 출연자들 역시 처음부터 맞추지는 못하고 모든 초성이 밝혀진 다음에도 꽤 힘들어 했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몇 개의 단어가 지나가고,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습니다.
해미 : __ 위에 낀 아주 _은 __
'낀'이라는 말로 봐서 "바위 위에 낀 이끼? 아주 작은 이끼? 작은 이끼란 말은 좀 이상하고..."라 생각했는데 두번째 칸에 "ㄷ"이 나오길래 그럼 "바다 위에 낀... 그럼 안개인가?"라고 짐작... 이후 출연자들이 초성을 추측하여 최종적으로 밝혀진 것은
해미 : ㅂㄷ 위에 낀 아주 ㅈ은 ㅇㄱ
물론, "ㅂㄷ"가 "바다"가 아니라 전혀 다른 단어일 수도 있고, "ㅇㄱ"도 "안개"가 아닐 수도 있긴 합니다만... 바다와 안개가 맡다고 친다면, "ㅈ은"은 "짙은"밖에 안 남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실제 정답이 "바다 위에 낀 아주 짙은 안개"였습니다)
- 출연자 중 한 명은 "바다 위에 낀 아주 '작은' 안개"
- 다른 한 명은 "바다 위에 낀 아주 '좁은' 안개"
- 두 명은 제한 시간 내 대답 못함
- 마지막 한 명(? - 출연자가 4명이었는지 5명이었는지, 5명이었다면 마지막 한 명의 답이 뭐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군요)
이래서 맞힌 사람 없이 통과.. 아이구 아까워라.. 첫번째 분이 "작은"을 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도 계속 작다, 적다, 좁다 등 양으로만 생각이 났나 봅니다. :-)
뭔가 난이도가 들쑥날쑥하다 싶었는데 시청자 게시판에 보니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군요. 어쨌거나 꽤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이영자 : 정답: 2, 1, 2 - 2005-11-21 10:55 pm
- Raymundo : 이영자/ 뉘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관식인데 말이죠. :-) - 2005-11-22 6:5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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