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Diary/2007-09

마지막으로 [b]

/007비행기위기일발

추석 한두주 전부터, 고향에 계신 어머님이 주인장과 전화통화를 할 때면 "몇 시 비행기로 내려오냐"고 물으십니다. 마중 나오시기 위해서죠.

근데... 주인장은 그런 거 기억 못 합니다 -_-; "수첩 봐서 알려드릴께요" "그러면 미리 봐뒀다가 다음 번 통화할 때 알려다오" "네"

물론... 다음 통화때는 또 기억이 안 납니다. -_-;;;; 저런 대화가 두세번 반복되고 나면, 그 다음은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확인하고 다시 전화드려 알려드립니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수첩에도 안 적어뒀었고, 대한항공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하니 토요일 4시25분 출발이더군요.

...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명절 때는 붐비기 때문에 출발 한시간 전까지 공항에 와서 티켓을 끊어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옵니다. 주인장 부부도 넉넉히 시간 맞춰 집을 나섭니다.

시간도 많은데 공항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올 때 틀림없이 고향에서 들려보낸 먹을거리들도 많이 들고 올 것 같고, 짐가방 들고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것도 일이고 해서 주인장이 고집을 부려 마티즈를 끌고 갑니다. 하루 주차료가 만원인데 경차는 반값이라서, 이틀 정도까지는 버스비 등을 고려하면 비슷비슷하고, 이번에는 좀 더 비싸긴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차로 올림픽 대로를 거쳐 공항까지 가니까 한 4~50분만에 도착. 출발 시각보다 한시간 반 가까이 일찍 도착했습니다.

이거 너무 빨리 왔는데 하면서 발권창구로 가서, 옆에 무인 발권기에 카드를 집어넣고, 확인절차를 넣고, "다음" 버튼을 눌렀더니...

항공권 티켓이 안 나오고 "*** 시간이 지났으니 창구에 문의하세요"라는 글이 적힌 종이가 나옵니다.

으잉? 다시 한 번 시도를 하면서 이번에는 화면을 천천히 넘겼는데...

어째서, 내가 예약한 항공권의 출발 시각이 3시20분 거지???

...

주인장은, 웹사이트에서 도착 시각을 보고 그게 출발 시각인 줄 알았던 겁니다. OTL 현재 시각 3시 5분이 넘어가고 있는데!!!

...

창구에 부랴부랴 사정을 얘기하니, 다음 편 좌석을 알아봐 주지만 당연히 남은 자리가 있을리가 없습니다.

직원 왈, "맡길 짐 있으세요?" "아뇨" "몸 불편하지 않으시죠?" "?? 네" "지금 뛰어가셔야겠습니다" "네 =ㅅ="

열심히 뛰어올라가서 짐 검사하고 다시 게이트까지 뜁니다. 뭐 게이트 쪽에도 연락이 갔을터라, 그쪽에서 웃으며 (-_-;; 민망하게시리) 마중해줍니다.

결국 해당 비행기의 마지막 손님으로 탑승해서, 자리도 떨어져 앉고... 일단 한숨은 돌렸는데...

집에는 뭐라고 얘기해야 야단을 안 맞을까?

  • 사실은 3시20분 출발이었는데 착각했다고 이실직고한다 - 결혼까지 한 놈이 정신을 어쩌고저쩌고...
  • 도착해서 수하물 찾는 안쪽 공간에서 한시간 동안 버틴다 - 이건 이거대로 너무 궁상맞은....
그러다가 머리속을 번개같이 스치는 아이디어!! 부랴부랴 집에 전화를 겁니다. 안내방송에서는 휴대폰을 꺼달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못 들은 척 -_-;

"공항에 너무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남길래 창구에 물어보니 지금 출발하는 편에 두 자리가 남아 있다고 해서 이걸 탔어요"

음, 다행히 통한 것 같습니다;;;

저녁 식사를 할 때, 분위기 좀 살려볼까 (아들 둘만 있는 집이라 그런지... 간만에 가족이 모여도 몇 마디 하고 나면 다들 조용해집니다;;) 싶어서 사실을 고백할까 입이 근질근질거렸으나... 관뒀습니다.
-- Raymundo 2007-9-25 12:55 pm

Comments & Trackbacks

우하하
-- Nyxity 2007-9-26 11:22 pm

Nyxity/ 추석 잘 보내셨어요? ^^ 아 정말 아찔했었답니다. 무사히 탔으니 웃으면서 얘기하지 ^^;;
-- Raymundo 2007-9-27 4:32 pm

하하하...
-- Zehn02 2007-9-27 6:55 pm

하하 다행이네요. 제 친구는 오전하고 오후하고 헷갈려서 17시 끊어야 하는데 7시 끊고 간적도 있어요.
-- Canday 2007-9-27 11:09 pm

Canday/ 제가 극장 표를 그렇게 착각해서 새벽1시 것을 끊었다가... 나중에 깨닫고 부랴부랴 바꾼 적이 있었죠.
-- Raymundo 2007-9-28 8:4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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