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Diary/제주에폭설

마지막으로 [b]

/제주에폭설

명절 쇠러, 낮 비행기로 제주에 왔습니다.

식구들끼리 나가서 저녁을 맛있게 먹을 때까지는 좋았는데... 식당에서 두시간쯤 있다가 나왔더니 도로가 하얗게...

그냥 식당 주차장에 차를 둔채로 걸었으면 20분 정도 걸어서 집에 왔을텐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라면 집까지는 갈 수 있겠거니'하면서 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제가 운전대를 잡았죠.

나레이션: "이것이 악몽의 시작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두둥~

이게 서울이었으면.... 워낙 많은 차들이 다니니 큰 길은 눈이 쌓일 틈도 없이 녹았을 정도의 눈인데... 차가 많지 않다보니 순식간에 쌓여버리고, 그게 다시 얼어버려서... 평소에 이런 경우를 자주 겪는 것도 아니다보니 운전자들이 모두들 당황...

(전에 어머니께서 국도를 가다가 체인을 쳐야 되게 생겼는데... 도움을 요청한 버스기사마저도 '쳐 본 적이 없어서...'라며 끙끙대다가 실패한 적이 있으시다고 OTL)




나름 골목을 피하고 차가 많이 다닐 법한 길을 택해서 조금 우회를 했는데 이게 또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식당과 저희 집 사이의 고도차가 별로 없어서 거의 수평으로 올 수 있었는데.... 큰 길을 따라서 간다고 1km정도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게 되었는데 오르막에서 딱 걸린 거죠... 바퀴는 헛돌고 저는 저대로 당황해서 액셀을 더 밟았더니 뒤에서 연기 솟아오르고 타이어 타는 냄세 나고... 저도 이런 눈길 운전이 처음이었거든요. '왜 좀 전에 길 옆에 빈틈 있는 곳에 바로 주차를 하지 않았을까 엉엉엉 ㅠ,.ㅠ' 속으로 울고...

맞은편에서 택시기사 아저씨가 내려서 오더니 "아저씨 살살 밟으세요" "차를 달래면서 (-_-;;) 옳지 옳지" 코치를 해준 덕에 간신히 평정심을 찾고 살살 밟은 상태로 느릿느릿 간신히 통과.

다시 잠깐의 내리막에서는 그 느린 상태에서도 아니나 다를까 브레이크가 전혀 듣지 않고 쭉 미끌리더군요. 이건 미리 예상을 했기에 (앞차와의 거리도 충분히 벌려놨고) 바로 브레이크 떼고 차가 제어되는 걸 확인하면서 밟았다 뗐다 하며 통과.




이제 아까 내려온 만큼 다시 수백미터를 쭉 올라갈 일만 남았는데... 앞을 보니 이미 길 중간 중간에서 바퀴가 헛돌며 좌우로 댄스를 추는 차들이 보이고... 맞은편을 보니 사고도 난 듯 하고... 더 미련 없이 포기.

이제 차를 어딘가 세워야겠는데 저 눈앞에 보이는 골목 바로 옆에 주차할 곳이 있는데 그 십수미터도 못 올라가겠는겁니다... 몇 미터 올라가보다가 (옆에서 차 세워놓고 체인 치던 택시기사분이 "안 돼요 안 돼"하고 말리고..) 결국은 길 가장자리에 이미 차들에 일렬로 주차되어 있는 옆에다가 떡하니 세우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내일까지는 그 차들도 못 나갈 것 같고 앞에 보니까 이미 저같은 처지의 차들도 여럿 있고... ^^;

거기서부터 집까지 걸어왔는데, 결과적으로 식당에서 바로 걸어오는 것과 거의 비슷한 거리를 걸었습죠 -ㅅ-;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위에 적은 내용 중에 어머니께서 체인을 쳐야 됐는데... 라는 얘기가 있었죠? 차 안에서도 그 얘기가 나왔거든요. 그래서 제가 도중에 (오르막에서 낭패 보기 바로 조금 전) 차를 세우고, "아무래도 체인 쳐야겠어요, 그 체인 제가 한 번 쳐 볼께요" 하고 말을 했는데...

글쎄, 체인이 차에 있는 게 아니라 집에 있다지 뭡니까 ㅠ,.ㅠ "어디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라는게 트렁크 안을 뒤져야 한다는 게 아니라 집을 말씀하셨던...;;; "아니 체인을 차에 안 두고 집에 두시면 어떡해요!" "차에 둔다고 내가 눈 오는날 체인 치고 운전할 것도 아니니까 그랬지"




집에 와서 어머니께서 "여기 있네"하면서 체인을 찾아주시더군요. 부엌 바닥에 펼쳐보고, 체인 보관용 가방에 인쇄된 설명을 보니까 (설명문이 인간적으로 정말 부실... 그림도 전혀 없고 말만 봐서는 뭔 소린지) 대충 이래저래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그 체인 집어들고 차를 버려 둔 데까지 갔습니다. 내일도 날씨는 이 모양일 것 같은데 계속 그 위치에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보니. 한 번 시도나 해 보고 안 되면 그냥 버리고 오자는 생각이었지요.

내려가는 동안 보니까 길이 난리도 아니더군요 ^^; 차 세 대가 나란히 길에서 45도 방향을 향한 상태로 사이좋게 서로 접촉해서 -_-;;; 견인차가 와 있고... 여전히 올라가는 방향에서는 중간에 댄스를 추는 차들도 있고...

차에 도착해서, 눈보라 맞으면서 (제주도는 눈이 얌전히 위에서 아래로 내리지 않습니다 -_-; 바닷바람이 항상 불어오니... 태풍 때 우산을 써도 비가 수평으로 날아들어서 얼굴을 때리는 걸 맞아보셨다면, 눈을 그렇게 맞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간신히 장착. 좀 어설퍼보여서 도중에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조심히 주행을 시작했는데....

우와와... 첨에는 좀 좌우로 미끌리나 싶더니 곧 안정을 찾고 쑥쑥 올라가더군요. 그 상태로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만세~~~




그리고 나서, 저는 다시 그 눈보라를 맞으며 그 길을 다시 또 내려와서... PC방에 와 있습니다 -_-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매번 내려오면 PC방에 와야 했었고, 이번에는 가니까 아버지 다니는 회사에서 버리는 PC를 하나 얻어오시긴 했는데 집에서는 담배를 못 피는지라 ^^;;;;

PC방에 들어오니 검은 잠바가 하얗게 되어 있더군요. 좀 있다 집에 갈 때도 얼굴을 들 수 없이 (스키장용 고글이 필요함;;;) 눈보라 속을 헤쳐나가야겠지요. 그래도 차를 집앞에 잘 운반해놨으니 잠은 맘편히 잘 수 있겠네요. (근데 내일 명절 음식 준비하러 장에 가야 하는데...)

서울은 오늘은 눈 안 온 거죠? 다들 눈 올 때 운전 조심하세요~~

-- Raymundo 2009-1-23 11:14 pm

Comments & Trackbacks

고생하셨군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

-- izlei 2009-1-24 1:55 am

고생하셨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Nyxity 2009-1-26 10:08 am

izlei, Nyxity/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Raymundo 2009-1-27 11:3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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