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단속에 걸리다
사정이 있어서 얼마 전에 후배 marten 에게서 디지털 카메라를 빌렸습니다. 비싼 물건을 오래 빌려 있기도 그래서 밤늦게라도 찾아가서 돌려준다고 전화를 했지요. 그리고 학교에서 밤10시 반쯤에 풍납동으로 출발.
이수교차로에서 올림픽대로를 탔는데, 반포대교 앞 지날 때 즈음해서 갑자기 차들이 많아지더니, 시속 10km 를 채 못 내는 겁니다. -.-;; 뭔가 앞에 사고가 났지 싶은데, 교통방송 채널이 어딘지 몰라서 (MBC의 57분 교통정보를 들으려 했는데 그것도 채널을 잘못 맞춰서 놓치고) 못 듣고, 답답하더군요. 결국 동호대교 남단에서 압구정역으로 빠져서, 그나마 알 수 있는 길로 가자는 생각에 역삼역까지 주욱 남행. 역삼역에서 삼성역 쪽으로 역시 만만치 않게 차가 많은 도로를 따라 갔습니다.
삼성역 지나 탄천인가를 건너서 종합운동장 역을 지날 즈음에 음주단속을 하더군요. 뭐 거리낄게 없으니 별 생각없이 후~불고 지나가려는데 못가게 막습니다. -_-; 다시 불어 보라는군요. 그래서 또 불었는데, 그 기계가 빨간 불을 깜박이며 삐익삐익 거리는 겁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본 게 처음이라서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몰랐습니다. -.-;;
"내리십시오"
"..네??"
"차 세우고 옆으로 내리십시오"
"..@.@;;;"
어이가 없어서 내렸더니 상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차를 바깥으로 빼고 저보고 오라는군요. 뒷차들 보기가 얼마나 민망하던지...
길 옆으로 갔더니 그 상관이 면허증을 달랍니다. 그래서 면허증을 꺼내면서 얘기를 했죠. 나는 학생이고 지금 학교에서 바로 나오는 길이다, 증명해 줄 사람도 둘이나 있다, 한번만 더 불어보자...
그랬더니 그 상관이 주인장을 세운 경찰이 들고 있던 측정기를 집어 들고는 먼저 자기가 불어 봅니다. 정상으로 나오더군요. 철저하기도 하지.. 이제 제가 불어서 다시 빨간 불이 들어오면 꼼짝없이 피를 뽑아야 할 판입니다. -_-; (근데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한다는 게, 피 뽑는 거 맞겠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에라 모르겠다 세게 불었습니다. 결과는 정상. 다시 한 번 불어보랍니다. 또 불었지만 정상. 나도 어이가 없고 그 상관도 멍~하고, 무엇보다도 젊은 경찰이 제일 당황하더군요. 지나가는 사람 붙잡았다고 상관까지 불렀는데 알고보니 아무 죄 없더라..는 상황 아닙니까. 뭐 그 심정 알 것도 같아서, 상관이 젊은 경찰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할 때 거들어 줬습니다. 아까 불 때는 빨간 불 들어오더라고,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어쨌거나, "죄송합니다"하면서 가라는군요. 겸사겸사 거기서 다시 올림픽대로 타는 길을 물어보고 다시 열심히 1차선까지 빠져서 올림픽대로를 타고 남은 길을 갔습니다. 다행히 거기서는 안 막히더군요. 그렇지만 거의 다 온 상태여서 별로 이득 보지도 못 한 듯.
나중에 집에 와서 생각하니, 왜 고물딱지 같은 기계를 써가지고 사람 망신 주는 거냐고 따져 볼 걸 그랬나 싶습니다만... 그런 상황을 처음 만나다 보니 저도 당황했고, 경찰을 상대로 궁시렁대는 것이 잘 하는 짓인지 알 수가 없으니 결국 조용히 온 게 잘했지 싶습니다. :-/
결국 예상보다 배 가까이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