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아주 재미있게 보긴 했었고 실사영화가 나온다는 말도 듣긴 했는데, 하는 줄도 몰랐는데 국내 딱 한 곳에서 상영하고 있더군요. 한 나라에서 한 군데 상영이라니, 잘도 그렇게 수입할 생각을 했네... 신기해라.
덕분에 맨날 가까운 곳만 가다가 별 수 없이 광화문까지.
세종문화회관 남쪽으로 길 건너 골목 들어가면 있는 "스폰지 하우스"라는 곳입니다. ([약도])
건물 앞에는 다른 영화의 포스터가 걸려 있군요.
안에 들어가면 옆에는 중국집이 있고 반대편에는 화장실이 있고 정면에... 이런 자그마한 까페 같은 게 보이는데 이게 극장. 유리문 너머 왼쪽에 있는 문이 상영관 입구이고, 오른쪽에 사람이 앉아 있는데 거기가 매표소이면서 음료수 등등도 팔고, 까페처럼 식탁과 의자도 몇 세트 놓여 있습니다. "표"를 파는 곳과 "음료수"를 파는 곳이 합쳐진 극장은 태어나서 처음 봤어...
안에 들어가니 의자는 한 줄에 8석, 총 줄 수는 대충 10줄 정도? 요새 극장들은 바닥 경사에 신경을 써서 앞사람 머리에 가리는 일이 드문데 여긴 조금 완만하고 스크린 자체가 너무 낮아서 화면 바닥 쪽이 좀 가리는 감이 있긴 했습니다. 그래도 오붓하니 괜찮았음.
주말에 보고 온 사촌 동생 말로는 꽉 찼다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관객은 많지 않았지만, 이런 걸 보러 찾아온 사람들끼리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동질감. (아내는 자기는 끼워넣지 말라고 했지만)
그리고 영화는...
실사 만든다는 소식에서 이미 사진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아베_히로시 ㅋㅋㅋ 별다른 분장도 따로 하지 않은 것 같은 얼굴로 일본인이 고대 로마인 역을 하는데 위화감이 없어ㅋㅋㅋㅋㅋ 그 외에도 주요 배역은 일본 배우들이 하는데 하도 뻔뻔하게 하고 있으니까 다들 로마인처럼 느껴짐. 그리고 고대 로마 사람들의 대화가 다 일본어로 나오는데(외국 배우는 더빙), 주인공이 현대 일본에 왔을 때는 라틴어를 하니... 일본 배우가 로마인 역을 맡아 현대 일본 배경에서 속마음 독백은 여전히 일본어로 하면서 일본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라틴어로 하는 진풍경이 또 유쾌함.
그리고 만화 원작에서 계속 목욕탕 얘기만 하는데, 그렇게는 영화로 만들기 힘들다고 느꼈는지, 여주인공이 추가됩니다. 현대 일본에 살고 있는 여자. 그래서 원작에 없던 스토리라인이 생겨 있는데, 이게 딱히 엉망이라거나 하지는 않는데, 다양한 목욕탕 에피소드를 보고 싶어했던 우리는 좀 아쉬웠네요. 특히 그 슬라이딩 놀이기구 도입을 기대했는데 그건 아예 없음ㅠ 그리고 로마에 루시우스가 만든 화제의 테르마이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보여줬으면 좋았겠는데 그것도 좀 아쉬움.
암튼 만화가 원작이라 말 그대로 '만화 같은 스토리'의 영화이니,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은 무난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영화인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