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은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연휴라는 것은 아주 좋아한다) 아버지와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고, 그에 따라서 친척들에게도 그다지 정을 느끼지 않는 (그들이 들으면 기분 상하겠지만) 주인장으로서는, 일년에 두 번 내려가서 사람 속을 긁어놓는 말을 듣는 것도 지겹고, 이름도 모르는 먼 친척들 얼굴을 보면서 꾸벅 인사하고 멍하니 있게 되는 그 시간을 참는 것이 지긋지긋하다.
명절 때마다 상상을 하게 된다. 친족, 문중이란 것에서 독립할 수 있을까. 당신들에게 손 벌리지 않겠으니 (근데 뭐 믿는 구석이 있어야 그런 장담을 하지. -_-;) 그냥 없는 셈 쳐 다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 행여나 이 페이지를 내 친척들이 보게 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까봐 부연해두면, 사촌들에게는 전혀 감정 없다. 다만 주인장의 성격 상 간간히 전화해서 안부 묻고 서울에서 만나서 밥 한 끼 같이 하고 그런 것을 못 할 뿐이다. 사촌 동생들에게는 늘 미안하게 생각한다. 주인장은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니 너무 섭섭해하지 말아주기를.
그러고보면, 특별히 감정이 있는 친척이 많은 것도 아니다. 딱 두 명 있다. :-/
군대에 있던 시절, 정말 몇번 안 되는 "행복한 순간" 중 한 번이었다. 군대에 오길 잘 했는지도..라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 다 했다. 매년 추석 때면 그때가 생각난다. 96년 추석은.. 아마도 내가 병장이었을 때라 근무나가서 그냥 잤지 싶은데... -_-; 같이 나간 후임병은 나처럼 행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