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 있는 노래패 동아리.
고등학교를 다닐 시절. 주인장은 범생 - 좋은 뉘앙스로 하는 말이 아님 - 그 자체였다 (그러고보니, 성당에서 모범 신자이기도 했군). 그런데 같은 반에 있던 노래를 좋아하던 친구 하나가 어느날 흥얼흥얼 거리는 노래를 들었는데, 가사가 심히 놀라운.. '얘가 왜 이러나' 싶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친구의 형이 메아리에 있었고, 친구는 형이 가르쳐준 노래를 고등학교 교실에서 불렀고, 쉬는 시간에 흥얼거리는 노래가 생활성가였던 (지금 생각하면 친구들이 얼마나 괴이하게 여겼을까...) 주인장에게는 꽤나 충격이었던 것.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알아야만 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노래는 "선언2" 였다. (지금 보면 별 과격한 가사도 아닌데)
가자 가자 저 자유의 땅에 억센 팔과 의지로
수천년 이어온 생산의 힘으로 새 세상 만들어 내리
가자 가자 자유의 땅에 억센 팔과 다리로
수천년 이어온 생산의 힘으로 새 세상 만들어내리
가자 가자 이 폐허의 땅에 푸르른 생명 위해
참 자유 평화 참평등 위한 샛상을 위해
죽은자 아름다운 곳 살은자 찬란한 세상
피흘려 이룩한 새땅 위해 손 모아 선언하나니
땀흘려 이룩한 이땅 위해 뜻모아 선언하나니
이제 우리 이 무너진 세상 다시 건설하리라
우리의 후손이 자유를 누리며 평등을 누리는 세상
지금 흘린 우리 피 한방울이 아름답게 피리라
참 자유세상 참 평등세상 끝내 건설하리라
참 정의세상 참 평화세상 우리 건설하리라
서울대학교 앞 녹두거리에 있는 서점 그날이오면에서 요새도 판매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메아리 A Tribute to 1977-1996" 라는 음반이 있다. 메아리 20년 활동사를 정리하는 음반이고, 아마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를 들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음반이 아닐까.. :-)
주인장이 대학에 들어온 지 십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고, 메아리도 십 년 전의 메아리는 아니겠지. 요즘은 학내에서 하는 집회도 거의 가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요즈음도 개강 집회 같은 자리의 마지막을 메아리의 노래와 함께 하는지 궁금하다.
그 친구에 대한 뒷얘기를 조금 더 하면, 국어선생님이 어느 날 수업시간에 "대학 가서 데모 같은 거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같은 반에 있던 얼굴이 좀 검고 반항기 있는 인상의 친구를 가리키며 "너 같은 녀석이 가서 데모하는 거야"라 했고, 위의 친구에게는 - 인상이 정말 순하다 - "XX는 절대 그런 거 안할 거여" 그랬다. 웬걸... 얼굴 검은 친구는 대학 입학 후 열심히공부-대학원진학-취직의 착실한 코스를 밟았고, 선언2를 흥얼거리던 이 얼굴 순한 친구는 단대 학생회장을 역임하였으니... 어지간히 사람 볼 줄 모르는 선생님이었다고 동창들끼리 키득대곤 한다. :-) 둘 다 잘들 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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