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양심적병역거부

마지막으로 [b]

흔히 나오는 얘기. "정말 신념 (평화를 추구하든, 폭력을 반대하든, 무기를 거부하든) 에 의한 것인지, 단지 군대 가기 싫어서 그러는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답을 말하면, "구분할 필요도 없고, 구분하려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을 구분하려는 것 자체가 "양심"을 재단하는 행위이다. 오히려 현재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대한 처리가 그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 재판정에서 그들에게 "정말 여호와의 증인 신자이냐, 아니면 단지 군대 가기 싫어서 그러냐"라고 묻지 않는다. 단지 "그래? 그럼 감옥 가라" 하고 감옥에 보낼 뿐이다.


[법원, '양심적 병역거부'에 첫 무죄 선고]


[클리앙 게시물]주인장이 단 정리 리플.

일단 저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호의적임을 밝히고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fillia 님의 글의 내용을 자주 인용하게 될 것 같네요. 양해 바랍니다.

저와 반대 입장이신 분들 중에...

첫째, "내가 월급 만원받고 군생활 했는데 이제 와서 못하겠다는 놈들이 있다니, 절대 안 되지"라는 분이시라면, 저는 예나 지금이나 "나도 군대 갔다 왔수다만, 댁 같은 사람은 즐~"로 대답할 겁니다.

둘째, "국가가 있고 국민이 있는 법. 국방은 의무인데 어찌 대가를 바라느뇨"라는 분이시라면, 저는 "네네, 존중해 드릴 테니 앞으로도 이 한 몸 바쳐 충성하십시오. 저는 국민이 있고 국가가 있는 법이며, 국민의 의무는 국가의 유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지불이지 결코 충성의 표시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할 겁니다.

셋째, "아무리 그래도 군대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 국방력이 있어야 국가가 유지되고 그래야 국민이 바로 그 유무형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라면, 이제 말이 좀 통하겠군요. :-) 저는 세번째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전제는, 현실적으로 국방력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거고 (가끔은 군대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이상은 뒤로 젖혀 둡시다. 저도 그런 꿈은 자주 꿉니다만) 결론은 그 국방력을 손상시키지 않아야 된다는 겁니다. 즉 병역 거부와 대체 복무를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이 결론은 같다는 거죠.

그러면 여기서 질문 하나. "국방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이 부분 중요.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깁니다 ^^), 헌법에 보장된 다른 권리를,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더, 보장할 수 있다면, 그게 좋겠습니까 나쁘겠습니까?" 나쁘겠다고요? 이해할 수 없는 분이시군요. 더 이상 할 말 없으니 더 안 읽으셔도 되고요. :-)

자, 그러면 "국방력을 손상시키지 않음"과 "종교 또는 신념의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하는 권리의 충돌만 해결하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 해결책을 찾자는 거고요.

"아니 왜 사회적 비용을 들여가며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이라면... 딱히 설득하기가 힘들군요. 저는 '권리의 확대'는 충분히 그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고, 비록 내가 그 권리의 혜택을 받기는 늦었지만 내 자식이라도 받으면 좋을 것 같거든요. "비용은 국가 전체가 들이는데 그 권리는 일부만 누리는 거잖아"라고 하신다면... 그 권리의 확대가 "군 복무를 택하는" 사람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에서)

자, 다시 줄기로 돌아가서,
현재 일년에 군복무 거부로 감옥에 가는 사람의 숫자가 수백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50만 중의 수백. 없어도 될 숫자 같죠? ("그 수백 인정해 주면 나중에 수만 된다니까!"라고 하실 분... 그 얘기는 아래에서 할 겁니다) 그 수백명이 군대에 어떻게든 들어가도, 제대로 군생활 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쵸? 결국 있으나 마나 한 숫자고, 제 생각에는 의무 소방관 정도면 사람을 살리는 데에도 부합하고 업무의 강도도 일반 군 복무와 비교해서 떨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국가의 소방 인력이 썩 넉넉한 편은 아닌 듯 하니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죠. 그런데 굳이 감옥에 가서 하는 일 없이 밥이나 축내고 (그것도 우리의 세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빨간 줄 그어져서 두고두고 고생하게 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그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를 빼면? (이거 빼기가 힘들다는 건 압니다만, 저도 군대 갔다 왔다니깐요)

일단 수백 정도는 산업체 특례나 박사 특례 숫자보다도 적습니다. 그러니까 봐줄 수 있다 치고, 이 숫자가 일년에 수천 수만이 되면 분명히 "국방력 유지"라는 목표를 훼손하겠죠. 그러니 그 숫자가 무한정 늘지 않게 해 보자는 거고, 이 게시물의 시작이 그랬습니다. 그쵸?

이제 우리가 위에서 계속 왈가왈부 했던 얘기입니다. 이걸 굳이 다시 얘기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두 가지 안이 있다는 거죠. 당연히 둘 다 동시에 할 수도 있을 테고.
1) "대체 복무를 무지 빡세게"
2) "군 복무를 지금보다 할 만 하게"

1) 얼마나 빡세게 할 것인가 와, 2) 얼마나 할 만 하게 할 것인가 - 둘 다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이걸 앞으로 얘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램입니다. 다른 리플에도 적었지만, "신성한 병역 의무, 거부가 웬말이냐" 분위기에서는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단 말입니다. 월급 만원으로 그 좋은 젊은 시절 2년을 바치는, 젊은이의 희생으로 국가가 유지되는 이 구조를 영원히 지켜 나갈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1) 은 일단 넘어가고, 중간 어디서부턴가 2)가 화두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2) 를 위해서는 비용이 듭니다. 그런데 그 비용이 흔히들 얘기하듯이 (자꾸 특정인의 발언을 인용하게 되어서 죄송한데, 워낙 흔하게 쓰는 말이라 그런 것이니 불쾌하지 않으시기를) "세금이 몇 배로" 뛸 일이 아니라는 거고요. 물론 fillia 님의 계산 1~3% 도 장난 아니게 큰 숫자이긴 하지요. 하지만 역시 fillia 님 말씀처럼 제대로 못 거둬가는 세금만 챙겨도 메꿀 수 있는 액수이고, 제 생각인데 "어째서 그리도 국방이 중요하다는 사람들이 그 중요한 국방을 위한 지출의 증가에는 기겁을 하는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1) 은 어느 정도로, 2) 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무슨 얘기조차 꺼내지 못할, 얘기를 꺼내면 "비애국자요, 국민이기를 포기한 자요, 나라 소중한 거 모르는 자"라는 소리를 들을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논의를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위로 거슬러 거슬러 "대체 복무" 얘기를 못할 이유도 없어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논의를 해야, 적어도 여기 클리앙 회원님들 중 아직 군대갈 나이가 안 된 분들과, 우리의 아들(어쩌면 딸도?)들이 우리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겠지요.


[대법 “양심적 병역거부는 유죄” 확정]
-- Raymundo 2004-7-15 5:18 pm

여호와의증인앞에서부끄럽다


잡담분류

마지막 편집일: 2004-7-15 5:18 p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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