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군대에서죽을뻔했던일

마지막으로 [b]

이제는 말할 수 있다...까지의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군대 시절이 만 10년 전의 일이다보니 잊기 전에 적어 두려고 끄적입니다. 생각해 보면 군대에 있을 때도 그렇고 제대한 후에도 그렇고 남에게 얘기한 적 없는 일들이로군요. (한두 번 했었나?)

두 얘기 다 강원도 양구 산골짜기에서 트럭을 몰다가 벼랑으로 떨어질 뻔한 사연. 그리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한 교훈도 같이.

1. 오르막에서 브레이크가 안 듣다

트럭같이 큰 차들은 사람이 페달을 밟는 힘만으로 제동을 하기에는 힘들어서, 압축 공기를 사용합니다. 엔진룸에 있는 컴프레셔가 공기를 압축해서 보관해 두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압축된 공기의 힘으로 각 바퀴에 있는 브레이크 실린더에 오일을 밀어서 제동을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부대에 있는 오래된(제작년도가 76년이던가 79년이던가..) 차들은 이놈의 압축공기 파이프가 어딘가(주로 연결부위) 새어서, 시동을 끄고 오래 있으면 공기가 다 떨어져서 제동이 안 된다는 겁니다.. -_-;; 게다가 이런 차들은 죄다 사이드 브레이크는 예전에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 (브레이크가 정상이 아닌 차를 몰게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어쨌거나, 평상시에야 평지에 차를 세우고 고임목을 바퀴 앞뒤에 받쳐 두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게 없었는데, 일병 땐가 이등병 땐가 훈련 나가서 일이 터졌습니다.

저녁 즈음에 한 진지를 나와서 다른 진지로 이동을 하는데, 꼬불꼬불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행렬이 다 멈춰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부대가 그 진지를 비워줘야 하는데 늦어졌던게 아닐런지) 내려서 확인하러 갈 수도 없고, 앞차들이 다 멈춰서 시동까지 끄는 분위기이길래 저도 기어를 전진으로 걸어놓고 시동을 끄고 기다렸습니다. 그 상태로 한참을 기다리다...잠이 들고 말았지요. ㅠ,.ㅠ 옆에 앉은 중사까지 같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는데, 느낌이 이상해 잠을 깼더니 앞 차가 이미 저만치 앞에 올라가고 있는 겁니다. (제 차가 제일 마지막이어서 뒤에 아무도 없었고, 예비 차량이었기 때문에 적재함에도 짐만 있고 사람은 없었음) 그래서 잠도 덜 깬 채로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풀기 위해 클러치를 밟는 순간 트럭이 뒤로 주루룩!!! -_-;;;; 길이 휘었으니 뒤는 벼랑이거나 반대쪽 절벽일테고, 게다가 그 전에 뒤에 연결한 트레일러가 옆으로 꺾이면서 연결부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트레일로도 잃어버릴테고... 뭔가를 하긴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산 속의 밤이라 주위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다행히 같이 탑승했던 중사가 상당히 침착하게 대처를 했습니다. 다시 기어를 걸어서 멈추게 하고, 자기가 내려서 고임목을 받쳐 준 후, 기어를 풀게 하고,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아서 공기를 채운 후에 브레이크가 제대로 듣게 된 것을 확인하고 올라타서 출발을 시켰습니다. 사실 당연히 그렇게 하면 될 일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안 났습니다.

진지에 도착한 후 살펴보니 트레일러가 꺾이면서 한쪽 브레이크등을 박살을 냈더군요. 죽었구나(다른 의미로)하고 걱정을 했는데, 그 중사가 수송분대장인 제 고참에게 말을 워낙 잘 해줘서 (공기가 샜는데 제가 적절하게 대처했다는 식으로) 그냥 넘어갔습니다. 아마 부대에서 간부에게 그렇게 고마웠던 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런지.

2. 폭우 속 산행

상병 때 쯤인가... 우정의 무대를 제가 있던 포병여단에서 찍게 되었습니다. 부대마다 관람을 하러 갈 사람을 뽑고, 저는 운전병으로 차출되었지요. 당일 낮에 같은 여단 휘하의 다른 포병대대로 사람을 스무 명 정도 싣고 갔습니다. 갈 때는 짬밥도 없는데 운전병인 덕에 좋은 구경하고 오게 되었구먼 하고 좋아했는데, 정작 촬영이 시작할 때부터 비가 쉬지 않고 내린 겁니다... 녹화방송이다보니 1시간 분량을 찍는데 서너시간 걸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두 번 다시는 녹화방송 구경은 안 한다고 결심함) 나중에는 온 몸이 떨려서 죽을 지경이더군요.

촬영이 끝나고 부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추워서 떨리고 피곤해서 졸리고... 길은 초행길이고 역시 늦저녁이 되니 빛은 전혀 없고 비는 계속 억수로 내리고... 그저 헤드라이트와 앞차의 후미등만 따라가고 있었는데 잠깐 졸렸나 싶더니만 눈앞에 차가 사라지고 아무것도 안 보이더군요. 어떻게 된 거지라고 순간 멍해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도로와 벼랑 사이에 있는 경계석들이 나타나더군요. @.@;;;;

부랴부랴 핸들을 돌려 다시 진행방향의 차선으로 들어온 후에 옆을 슬쩍 봤더니 앞자리에 동승하고 있던 장교와 병장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고... 그래서 아무 일 없던 척 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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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집일: 2012-2-11 12:25 a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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