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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준 1집이 나왔다-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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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편 (마지막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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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6427번 |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마지막회) |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2/19 17:42 읽음:443 추천: 88 비추천: 2 |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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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이었다. |
그 애는 그 날 따라 |
숙제도 다 해오고 |
내 설명에 진지하게 귀기울였다. |
돌아보면.. |
이렇게 별 탈 없이 끝난 것은 |
손 꼽을만 하지 않을까 싶다. |
"진작 이렇게 하지" |
"내가 뭘 어쨌다구요" |
말은 그렇게 하지만 |
평소와는 달리 조금 가라앉은 어투다. |
"왜 그렇게 힘이 없어" |
"힘이 없긴요.." |
아주머니에게 인사하고.. |
꼬마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 후.. |
문을 나서려는데.. |
"선생님 오늘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
하며 따라 나선다. |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게.. |
여름이 끝나 가고 있는 듯 했다. |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
집 앞에 다와서야.. |
"선생님... 있잖아요" |
"응" |
머뭇거리지도 않고 얘기한다. |
"저 선생님 좋아하는거 알았죠?" |
나는 피식 웃으며 |
"나도 너 좋아해" |
"아니 그런거 말구..." |
진지한 표정이다. |
나는 말 없이 녀석의 얼굴을 쳐다봤다. |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나봐요" |
"후후.. 이 놈의 인기란.." |
그 애는 눈을 흘기며.. |
"장난 하지 마요 진지한 얘기 하는데" |
"......" |
"그럴일 없겠지만... 만약에... 만약이예요" |
"응" |
그 애는 잠시 망설이다. |
천천히 입을 연다. |
"선생님이 진이 언니랑 헤어지게 되고.. |
2년 후에 나도 졸업 한 후라는 가정 하에서..." |
언젠가 진이가 말한대로.. |
이 애 나이 때는 |
잘 대해주고 놀아주는 상대에게 |
쉽게 정이 들어서.. |
좋아하는 감정으로 착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절 어떻게 생각 하세요?" |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
'한 때 철 없이 과외 선생을 좋아했었지..'라는 정도의 |
추억담으로 남는게 좋다. |
그래서... |
"조그만게... 까불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
나는 녀석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며.. |
그렇게 밖에 말해 줄 수 없었다. |
녀석은 머리를 부빈다. |
"씨..아파.. " |
살짝 때린건데.. |
녀석은 진짜 아프다는 듯이.. |
눈물까지 찔끔 거린다. |
"너무 아파.." |
나는 잠시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 보다가.. |
후... 한숨을 쉬고.. |
"가.. 입대 하기 전에 한번 보자." |
녀석은 느릿느릿 돌아서서. |
터덜터덜 힘없이 걸어간다. |
녀석의 축 처진 어께를 보고 있으니.. |
나도.. |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
담배를 한대 꺼내 물고.. |
불을 붙였다. |
지금은 아프겠지만.... |
초봄 추위처럼 금방 지나갈 것이다. |
그런 나이니까... |
..... |
두 달은 금방 지나가서.. |
10월 중순이 되었다. |
그 일이 있은 후로... |
녀석은 전화 한 통화 하지 않았다. |
나도 이것 저것에 정신 없어서. |
그 애의 일을 조금씩 잊고 있었다. |
그러던 중.. |
"선생님... 안녕? 오랜만" |
밝은 목소리.. |
"응 오랜만이야 잘 지내?" |
"선생님 입대 언제예요?" |
"다다음주.." |
"아 다행이다. |
녀석은 휴... 한 숨을 쉬더니 |
"다음주 저희 학교 축제예요. |
방송제에서 제가 사회 보니까 꼭 보러 오세요" |
고등학교 축제는 |
오랜만이었다. |
이렇게 머리를 바싹 깍고 |
교정에 들어서니. |
옛날로 돌아간 기분도 든다. |
시작 시간 보다 조금 일찍.. |
강당으로 들어서니. |
그 애는 뭔가 준비에 분주하다. |
오랜만에 보는 모습.. |
왠지 모르게... |
마음이 설렌다. |
그 애는... |
나를 발견하고는.. |
깡총깡총 뛰어 오더니.. |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
"우하하 꼴이 이게 뭐람" |
-_-+ 끝까지 열받게 하는 녀석이군. |
녀석은 나를 맨 앞자리로 데려간다. |
"스페셜 게스트를 위한 자리예요" |
무대의 한편에서는 한 무리의 남자애들이.. |
무언가 요상한 군무를 연습하고 있었다. |
경락이도 있었다. |
헌데 녀석은... |
여장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
뻣뻣한 동작으로 |
이상한 춤을 추더니 |
(내가 볼 땐 국민 체조에 가까웠다) |
가발을 벗어서 땅바닥에다 던지며.. |
"젠장 이딴거 못해" |
소품을 확인 중이던 그 애.. |
탱탱볼을 집어들어 녀석의 뒤통수에다 맞추며.. |
"이제와서 안하겠다면 어쩌자구" |
소리친다. |
"하필 왜 나야 |
춤도 못 추고.. |
내가 어딜 봐서 섹시한 댄서냐?" |
그 애는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
"후후.. 어차피 웃길려고 하는 거니까.. |
니가 제일 웃기거든" |
경락에게 다가가서.. |
"이걸 빼먹으면 안되지..." |
옷 속에 풍선을 넣어주더니.. |
조물딱 조물딱 한다.. |
"빵빵한게 섹시 하구만 뭘" |
-_- 저런 아저씨 말투는 어디서 배웠을까. |
아무튼.. |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들어오더니 |
강당을 가득 메우고.. |
그 애가 무대 한가운데로 나온다. |
"여러분 감사 합니다. 그럼 기대하시던.. |
'ㅁ' 고등학교 문화제의 하이라이트. |
MBC 방송제를 시작 하겠습니다." |
고등학교 방송제에 대해서.. |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
예상대로 정말 조잡했다. |
하지만.. |
꽤 날카롭게.. |
시사적인 문제를 다루는 코너도 있었고.. |
전반적으로 재기 발랄함이 돋보이는 구성에 |
나름대로 볼 만 했다. |
시간이 흐르고.. |
마지막 순서인 듯.. |
그 애가 나온다. |
"이번 순서는 뭐죠?" |
남자 진행자가 묻자. |
"네 이번은 [말하고 삽시다] 입니다" |
평소 학교 선생님이나 |
친구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
편지로 적어... |
발표하는 코너였다. |
"1학년 7반 김미혜양~ 3학년 4반 정종수 군이 보내는 편지 입니다" |
"난 널 처음 봤을 때 부터 사랑했어.. |
오빠만 믿어. |
졸업하고 꼭 데리러 올게 |
... 어쩌구 저쩌구" |
장내에.. |
오~하는 함성과 함께.. |
시선을 집중 받은 한 여자애가.. |
얼굴을 가리며 밖으로 뛰어 나간다. |
"학생주임 이병권 선생님께 2학년 김모군이" |
"선생님 저번에 담치기 하다 결렸는데.. |
그만 우발적으로 튀어 버렸습니다. |
운동 좀 하시고.. |
배 좀 집어 넣으셔서.. |
다음 번엔 꼭 잡아 보세용" |
...이런 류의 시덥잖은 사연 이었지만.. |
학교 관계자들은 모두 배꼽을 잡고 웃는다. |
"다음은 마지막 입니다.. 소개해 주시죠" |
남자 사회자가 멘트하자.. |
그 애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
편지지 한장을 꺼낸다. |
"어? 이건 익명의 여학생으로 부터 온 거네요.." |
고개를 갸우뚱 한다. |
"읽어 드리겠습니다." |
잠시 뜸을 들이더니.. |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
"선생님... |
그 동안 속 썩여서 죄송해요. |
이렇게 말 안듣고 제 멋대로인 녀석은 처음 이셨을 거예요. |
스스로도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
선생님만 보면 자꾸 어리광을 피우게 되는 저였습니다. |
비록 성적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지만.. |
선생님 덕분에.. |
이렇게 밝고 명랑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되었답니다. |
정말.. |
감사 드려요.." |
녀석은.. |
거기까지 읽은 후.. |
침을 꿀꺽 삼기고. |
약간 잠긴듯 한 목소리로.. |
"잘 다녀 오세요. |
편지 자주 할게요 |
꼬박 꼬박 답장 해 주세요 |
그 말 알죠? |
왜 제가 언젠가 말씀 드렸잖아요.. |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했던말.." |
너는 언제까지나 네가 길들인 것에 책임이 있다. |
"그러니.. |
앞으로도 저를 지켜 봐주세요. |
선생님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만큼.. |
훌륭한 사람이 될게요. |
선생님.. |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길 바래요.." |
편지지를 내려 놓고.. |
눈물이 찔끔 나는지.. |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친다. |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지만.. |
난 |
코 끝이 찡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
"녀석..." |
하고 고개를 숙이는데.. |
갑자기 |
그 애의 말투가 돌변.. |
"아 참! 까먹고 추신을 뺄 뻔 했네요" |
뭐.. 뭐야-_- |
"혹시라도 |
귀찮아서 답장 안 보낼 생각 하고 계시다면 |
아예 머리 속에서 지워 버리시는게 좋을 거예요 |
선생님은 그 안에 계시지만 |
사랑하는 진.이.씨.가 |
제 손.바.닥 안에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래요. |
그 어리버리 한테는...참 험한 세상이예요. |
그쵸?" |
......-_-;; |
이리하여.. |
끝.. |
그 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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