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그때그여중생/21편-23편

마지막으로 [b]

1 번째 수정본
1. 21편
2. 22편

1. 21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6141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21)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2/18 12:11  읽음:276  추천: 49   비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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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숙제를 안해 왔다.

뭐라고 하기도 지겨워서..

아무 말 없이 수업을 시작했다.

그 애는

내 눈치를 흘끔 흘끔 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며..

 "미안해요.."

 "......"

 "선생님 진짜 화났구나..."
 
대답하지 않고 계속 문제를 풀었다.

 "그만 화 풀어요 담엔 꼭 해올게요.."

 "알았다. 수업하자"

계속 퉁명스럽게 굴자..

그 애는 힘없이 말한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무슨 날인데?"

 "계속 화내시면 말 안할래요.."

 "응"

드디어.. 발끈해서는..

내 등짝을 팍 치면서..

 "이 밴댕이 속알딱지!"

-_-+ 왜 이런 소릴 들어야 하지?

 "너 적반하장이라는 말은 알겠지?"

 "하지만 오늘 같은 날엔 좀 빨리 화 풀어요"

무슨 날인고 하니..

 "과외 시작한지 1주년!"

과연 기념할 만한 날이기는 했다.

그 애와 시작하기 전에도 그랬고..

이 과외를 하면서도 몇 개 더 했었지만..

세달 이상 가본 것이 없다.

그러고 보니..

철밥통이었군..

 "이제 화 푸실거죠?"

어휴.. 니 녀석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
  
 "알았다 담 부턴 꼭 해와"

 "네"

녀석은 금방 생기를 찾고..

생글생글 웃으며..

책상 서랍을 뒤적거린다.

 "사실은 이걸 만드느라 숙제를 못했어요.."

녀석이 꺼내온 놓은 것은..

털실 목도리..

 "지금 여름이다.-_-"

계절 센스도 센스려니와..

정말 조악한 솜씨..

나는 집게 손가락으로 그걸 들어

이리 저리 살펴본 후..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뭐예요 그 태도는! 방학 시작하고 부터 계속 만들었는데!"

삐친 표정..

 "아.. 멋지네"

색상도 누리끼리한게..

 "안하고 다니면 울거예요"

 "뭐?"

녀석은 목도리를 획 뺏더니..

내 목에 칭칭 감아준다.
 
 "윽.. 뭐하는 짓이냐"

 "잘 어울리네"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뭐.. 구멍이 숭숭 난게 통풍은 잘 되겠네.."

 "-_-+"

녀석의 억지에..

목도리를 하고 과외를 하니..

땀띠가 날 지경..

끝나자마자..

얼른 집을 나서..

목도리를 풀어 제끼려는데..

그 애가 따라 나온다.

 "선생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곱게 놔뒀다가 겨울에 할게 봐 주라-_-;;"

봐 주는 대신..

놀러 가자고 조른다.

그 애네 집에서 10분쯤 걸으면..

작은 하천이 나온다.

도시의 하천 치고는 맑은 편이었다.

 "사람들 많네..."

약간은 후덥지근한 초여름 저녁이었다.

녀석에게 죠스바 하나를 사 물려주고..

뚝방길을 걸었다.

 "그러니까 그 기집애가 말이예요..

그 애는

입술이 시퍼래져가지고 잘도 떠든다.

 "덥다.. 그만 걷구 여기 좀 앉자"

풀밭에 털석 주저 앉았다.

 "영감 같애"

하면서 내 옆에 앉는다.

 "너 많이 탔다.."

소매 없는 셔츠 밑으로

하얀 어께와 까만 팔의 대조가 분명히 드러난다.

 "어디 놀러 안가?"

 "엄마한테 말하면 고2가 방학이 어딨냐구 맞아 죽어요"

그 애는 어께의 사마귀를 만지작 거린다.

 "그거 자꾸 만지면 커진다"

 "뻥"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아냐 진짜 내 친구 중에도 그거 만지다가 지금은 주먹만해진 놈 있어"

 "에? 진짜?"

얼른 손을 뗀다.

 "커졌으면 어쩌지"

걱정스럽게 어께 쪽을 내려다본다.

뽈록 튀어 나온게 앙증 맞았다.

 "아까보다 좀 커졌네.."

 "어떻해..."

그 애는 사마귀를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근데 선생님.. 이거 가까이서 보면 되게 귀엽다"

 "그렇네"

하면서 쿡 눌러 보았다.

내 손등을 탁 치면서..

 "커지면 어쩔려구 만져요"

 "남이 만지는건 괜찮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딴 시덥잖은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벌써 노을이 진다.

 "선생님 있잖아요."

 "응"

 "전 원래 수학이 되게 싫었는데..."

 "그런데"

 "요즘 들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나의 교습법이 좋았단 얘기군.."

 "그게 아니라..."

녀석은 내 얼굴을 빤히 쳐다 보면서.

 "이렇게 버벅 대면서도 대학가는 구나.. 하고 안심이 되거든요"

-_-+

 "그..그렇냐."

할 말은 없다.

그 애는 빙긋 미소를 짓는다.

노을에 물들어 얼굴이 빨갛다..

 "사실은 그 말 하려던게 아니라..."

 "아니라 뭐"

  "수학책을 보면 과외 시간이 연상되구...
  그러다 보면 즐거워져서... 한 번 더 보게 되요"

뭐-_- 그렇게 가지고 놀았는데 즐겁기도 하겠지..
 
 "그거 바람직한 현상이구나."

교과서에 HOT 사진 붙여 놓던거랑 같은 이치랄까?

얘는 이런 종류의 연상 작용에서 동기를 얻는 타입인 모양이다.

 "그런데... 아쉬운 일이 있다."

 "뭔데요?"

 "과외 이번 달 만 하고 그만 둬..."

약간 놀란 표정.

 "어? 왜요? 엄마가 그만 두래요?"

고개를 저었다.

 "나 군대 가잖아.. 가기 전에 한 두달 쯤은 정리해 둘 것도 있고.. 그래서"

녀석은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얼굴을 한다.

 "그렇구나..."

무릎 위에 양팔을 포개고..

고개를 돌려 강 너머를 쳐다본다.

 "섭섭하냐?"

 "아니"

 "어라? 그렇담 내가 섭섭한데"

대답이 없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녜요 이제 그만 가요"

엉덩이를 털며 일어난다.

돌아 오는 길에..

그 애는 내 옷깃을 슬며시 잡으며

 "선생님..."

 "왜?"

 "군대 안가면 안되요?"

-_-;; 말이 되는 소릴 해라

 "그럼 나중에 가면 안되요?"

 "어디 한 군데 부러져서 입원이라도 하면 몰라.."

녀석은 말 없이 자리에 쪼그려 앉더니..

짱돌을 집어든다.

진지한 표정이다-_-;;

 "어.. 어쩔려구?"

녀석의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서로 말 없이 한참을 걷다가..

녀석이 천천히 입을 연다.

 "있잖아요.."

 "왜?"

 "나 많이 컸죠... 대견 스럽죠"
 
뜬금 없는 소리..

 "응.. 근데 그건 좀 내려 놓지.."

한 손에는 여전히 짱돌을 꼭 쥐고 있었다.

 "하긴.. 처음 봤을 때는 영락없는 철부지 여중딩이었으니까.."

중학교 강 타를 가지고 다니던 그 애..

하지만..

지금이라고 뭐...나아진건 그다지..-_-;;

라는게 솔직한 심정...

 "그 때 그 여중생이 이만큼 컸어요.."

 "그렇네.. 다컸네.."

무슨 소릴 하려는 지는 모르지만..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짱돌을 빼앗았다.
 
 "숙제만 좀 잘 하면 좋으련만.."

 "이제 열심히 할거예요"

아파트 앞에 도착하자..

녀석은 인사도 없이 총총 걸음으로 뛰어 들어가 버린다.

나는 담배를 한 대 물며..

그 애가 들어간 쪽을 한 참 쳐다봤다.

2. 22편


『우스개 게시판-100명을 웃긴 베스트 유머 (go HUMOR)』 54034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22)                                   읽음:835  
 올린이:boryry  (박종혁  )   작성:03/12/18 22:43       추천:03/12/1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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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8년 겨울..

새내기 시절도 끝나가고 있었다.

뭐 특별나게 좋은 일은 없지만.

그럭저럭 아르바이트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가끔 수업 빼먹고 놀러 다니기도 하는 생활이

나름대로 만족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리 예쁘지도 않고 

특별히 자랑할 만한 점도 없지만.

귀엽고 착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진아 오래 기다렸어?"

나는 항상 약속 시간에 늦는 버릇이 있다.

 "아아니~"

진이는 늘 별거 아니라는 듯이 받아준다.

그래서 버릇이 나빠졌는지도 모른다.

 "먼저 들어가서 공부 하지"

 "공부 하기 싫어요오.."

몸을 베베 꼬며..

느릿느릿 말한다..

이럴 때는..

엉덩이를 톡톡 쳐 주고 싶다.

도서관 안에 들어서니..

기말 고사 기간이라 그런지..

자리가 꽉 찼다.

 "우와 자리 없다.."

 "그러게.. 고딩들은 지네 학교에서 하면 좀 안되나?"

이 도서관은..

우리에게는 특별한 장소이다.

처음 봤을 때...

진이는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었다. 

 "저것 봐... 쟤 침 진짜 많이 흘린다"

내 친구 녀석이 가르키는 쪽을 보니..

옆자리의 조그만한 여자애가..

쌔근쌔근 자고 있었고..

국민 윤리책 표지가 흥건이 젖어 있다.

킥킥 거리며

친구들 몇 명을 불러..

자는 모습을 감상 하고 있는데..

진이가 눈을 뜬다..

엎드린채로 입을 아함~ 벌려서

하품을 한다.

병아리 같다고 생각했다.

일어나려고 하다가..

흠칫 놀란다.

침으로 바다를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하다.

 "깼어 깼어"

친구 녀석들이 킥킥 대며 말한다.

진이도 들은 듯...

어쩔줄 몰라하는 빛이 역력...

흥미 진진했다.

한참을 고민 하던 진이..

눈을 질끈 감고..

흥건이 고인 침 위로..

뺨을 스윽 옮긴 후..

다시 자는 척을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렇게 하고 있나 지켜 보았다.-_-;;

진이는

10분에 한번씩 실눈을 뜨며..

우리가 갔나 안갔나를 확인하고는..

다시 자는 척...

1시간 동안 그러고 있더니..

진짜로 잠들어 버렸다-_-;;

"그 얘긴 왜 하구 그래"

"웃기잖아.."

진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내 배를 주먹으로 토닥토닥 거린다.

그 때..

 "여기 제 자린데요"

고시생 스타일의 남자였다.

도서관 메뚜기란 참 귀찮은 일이다.

 "진아 넌 여기 앉아서 공부해"

 "어? 넌"

 "같이 있음 공부 진짜 하나도 안하겠다 난 저쪽으로 갈게"

 "웅..."

진이를 달래고..

자리를 찾아 다니다 보니..

눈에 익은 책 표지가 보인다.

중학교

 문 희 준

    3

이 녀석..

매번 엉덩이 한번 안 떼는 앤데..

왠일로 자리를 비웠는지...

아무튼 그 자리 밖에 없어서 앉았다.

한 삼십분 정도 공부를 하고 있었을까..

포니테일을 한 여중생이 나타났다.

 "아저씨 여기 제 자리예요"

 "응"

녀석은 자리에 앉아.. 

귀에다 이어폰을 꽂고 

책을 보기 시작한다.

마침 옆자리가 비어..

거기에 앉았다.

다시 책을 보려고 하니.

 "아저씨 대학생이예요?"

그 애가 말을 걸어 온다.

 "그런데"

 "이거 풀어 주세요"

중학교 문제 쯤이야..

쓱쓱 하고 풀어 주었다.

 "와 아저씨 공부 잘하네요?"

하더니..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_-;;뭐..뭐야 지금 날 칭찬한거냐?

건방진 녀석이군.. 하며 

다시 공부를 하려하니..

녀석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공수레.. 공수거 .. 바람처럼 부질 없는것~"

-_-;;

그만 두겠지 하고..

한~참을 기다렸다.

도저히 안되어

 "야 잠깐만"

녀석은 이어폰을 빼지도 않고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좀 조용해 줄래?."

 "어머? 시끄러워요 이게?"

 "응"

그 애는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어폰 한 쪽을 뽑더니.

내 귀에다 꽂아 준다.

 "공부만 잘했지 예술에는 무지하시군요"

 "자.. 잠깐 나 얘네들 싫어해"

그 애는 발끈한 표정..

 "잠자코 좀 들어나 봐요.."

하면서 계속 지 할일을 한다.

-_-;;

그럼 들어 볼까.. 하긴 '캔디'는 괜찮았던것 같기도...

 "-_- 이게 노래냐"

 "와 이 아저씨 진짜 웃긴다"

녀석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자기 귀의 이어폰을 뽑는다.

그걸 내 귀에 꽂아주며..

  "빼면 소리 지를 거예요"

나는 처음 보았다.

이런게 바로... 세상이 말하는 빠순이구나..

잠시 듣고 있다가...

이어폰을 뽑자..

녀석은 진짜로 소릴 지를 기세..

나는 얼른 녀석의 입을 틀어 막았다.

 "알았어 알았어 조용해"

녀석은 내 손가락을 물어버린다.

아얏.. 하면서 손가락을 빼자
 
 "소리 안 질러요. 그냥 해 본 소리예요"

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어폰을 끼고는..

다시 노래를 흥얼 거린다..

자리를 옮기는 수 밖에 없었다-_-;;

그러던... 그 애가..

 "선생님... 벽에 붙은거 떼버릴까?"

 "응? 무슨 소리냐....
  저거 만지기만 해도 소리 떽떽 지르더니"

 "나이도 나이니만큼 저런 짓하는 것도 남사스럽구 해서 말예요.."

 "훗.. 너도 늙었구나"

녀석은 피식 웃으며.. 혀를 쏙 내민다.

 "그런가?"

다음 과외를 가보니..

정말로 사진을 모두 떼어 내었다.

벽이 횡한게 내가 다 허전하다.

 "안 섭섭해?"

녀석은 잠시 망설이다가..

 "쬐끔.."

HOT는

그 해 가을부터 해산설이 들리더니.

이듬해 봄에 깨졌고..

곧이어 

문희준 1집이 나왔다-_-;;


기타분류

이 수정본 편집일: 2003-12-19 7:37 a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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