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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이 페이지를 보지 않는 것을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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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13일 일요일, 주인장Zehn02 둘이서 주공공이에서 관람.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과 다른 사람의 몸의 결합. "번지점프를 하다"를 떠올리게 한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사랑하는 여인이 남자로 환생했다. 만약에 그 둘이 죽음 대신 삶을 택했다면... 섹스는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 본 적이 있는가. "해피투게더"에서는? 최근 개봉한 "중독"에서는? 그렇게 보면, "비밀"은 선정의 극치를 달린다. 아내의 영혼과 딸의 몸. 마치 벼랑을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은 이 팽팽한 상황을 만들어놓고는, 그 상황을 운동회의 줄다리기처럼 즐겁게(?) 감상할 수 있게 한 능력이 놀랍다. 일본 영화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만약 같은 내용의 영화가 한국에서 기획되었더라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국민정서"의 십자포화를 피해서 캐스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딸(의 몸을 빈 아내)의 입에서 "우리..할까?" 라는 말이 튀어 나올 수 있었을런지는 더더욱.

주인장은 스스로를 꽤나 정서가 메마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것은, 그 생각이 틀렸음을 알려주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감정이입을 매우 쉽게 한다는 뜻일 뿐인가.


마지막 장면 - 자신이 아내임을 밝히는 - 이 꽤나 남편에게 가혹하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들리는 말에 따르면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에는 러닝타임이 2시간 40분 정도였고, 중간에 모나미의 담임선생이 남편에게 대쉬하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내가 딸 행세를 해야 했던 맥락이 좀 더 수긍이 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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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집일: 2003-3-17 1:38 a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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