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하늘에서본노을

마지막으로 [b]

정말... 제대로 된 카메라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안타까운 적이 없었다.

2003년 1월 29일 저녁 7시경, 고향에 내려 가는 비행기에서, 내 자리는 오른쪽 창가였다. (하필 날개가 있는 옆이라서 지상의 야경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한창 날고 있을 때 별 생각없이 창밖을 봤는데...

좁은 창문 너머로 수평선인지 지평선이지 구름인지 (오톨도톨하게 느껴진 걸로 봐서 구름인 것 같긴 한데, 바로 아래 지상은 잘 내려다보인 것으로 봐서 하늘은 맑은 상태였는데...) 모를 가로선이 왼쪽부터 오른쪽 끝까지 그어져 있고, 그 아래쪽은 짙은 회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가로선 위로는... 새빨간, 너무나도 선명하게 새빨간 띠가 놓여 있고.. 다시 그 위로는 주황색의 띠가.. 그 위로는 노란색의 띠가... 그 위로 초록 파랑 등등 마치 무지개를 잡아당겨서 평평하게 만들어 수평선 위에 올려 놓은 것 같은 하늘이!! 그 위로는 잠깐 밝은 하늘색이 놓여 있고 그 위부터는 계속 남색의 밤하늘... 아.. 말로 설명하는 것도 힘들군. 내 눈에 비친 모습을 그대로 올릴 수만 있다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어서 한참이나 창에 얼굴을 붙이고 들여다보았다. (내다본건가?) 시간이 갈수록 띠는 점점 어둡고 흐려지더니 결국은 수평선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지고 말았다.

그 광경을 조금이라도 오래 보려면 어찌해야 하나를 생각해 보았는데... 서쪽으로 지는 해를 따라서 비행하면 되겠다. 해가 지는 속도와 같은 속도로 날아야 하니.. 속도가 얼마지? 빛이 일초에 30만km 를 가고, 그게 지구 일곱바퀴 반이라 그랬으니 (유치원 무렵에 들은 것은 아직도 외울 수 있는데 지구과학 시간 (아니면 중학교 물상인가?) 에 배웠을 지구의 반경 같은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 -_-) 지구의 한 바퀴는 40000km. 하루에 4만km 를 진행하는 것이니 시속 1666.6666km 로 날면 되겠군. 이것은 초속 463m 이니, 보통의 여객기로는 안 되겠지만 전투기로 마하 1.4 (463/340) 정도로 날면 계속 그 하늘을 보면서 날 수 있다는 얘기... 생각보다는 그렇게 빠르지 않군. 음.. 공군사관학교를 갔어야 했나... :-)

고향에 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하는 관계로, 비행기는 그동안 수십차례를 탔었는데, 그런 장관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동생은 이미 봤었다는군. 으윽) 시간을 절묘하게 맞추어서 서쪽 창가에 앉아야 하는데... 앞으로 또 언제면 볼 수 있으려나?

-- Raymundo 2003-1-29 10:01 pm

잡담분류

마지막 편집일: 2003-1-29 10:01 p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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