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차디찬바람이이나라에불고있다

마지막으로 [b]

"차디찬 바람이 이 나라에 불고 있다"

기사 원문 : [프레시안]


<영화배우 팀 로빈스의 미국 고발> "언론인들이여 궐기하라"

다음은 미국의 영화배우 팀 로빈스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미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행한 연설의 전문이다. 이라크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이유로 최근 야구 명예의 전당 행사 참석이 취소됐던 로빈스는 이 연설에서 
최근 미국 전역을 감싸고 있는 공포와 억압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언론자유의 
실천이야말로 미국의 건강성을 되찾는 첩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원문은 미국의 
시민운동 사이트 commondreams.org에 'A Chill Wind is Blowing in This Nation...'
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감사합니다. 저는 원래 오늘 전쟁과 현재 우리의 정치적 상황에 관해 얘기하기로 돼있었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어 야구와 쇼비즈니스에 관해 얘기할까 합니다. (웃음) 농담이었습니다.

요 며칠동안 전국 방방곡곡의 신문들이 제게 보내준 압도적 성원에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모릅니다. 물론 제게 지지를 보내준 언론인들 모두가 이번 전쟁에 관한 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환상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저의 쿠퍼스타운(야구 명예의 전당 행사) 참석이 취소된 데 대한 언론인들의 분노는 저의 견해(가 옳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견해를 표현할 권리를 박탈당했기 때문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는 언론인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에 저는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9.11의 추악함과 비극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 저는 아주 커다란 희망을 품었었습니다. 뉴요커들의 눈물과 넋을 잃은 얼굴들 속에서, 폭심(Ground Zero)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가스와도 공기 속에서도, 인간성에 반하는 추악한 테러가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해질 수 있다는 사실 속에서도,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저는 9.11테러로부터 뭔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우리의 지도자들이 민주당 대 공화당이라든가, 백인 대 흑인, 또는 그동안 우리의 공적 담론을 지배했던 온갖 우스꽝스러운 분열들이 사라졌던 그 순간을 미국인의 단결을 위한 계기로 활용할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우리의 지도자들이 TV에 나와 ‘테러의 그 순간 모든 미국인들이 폭심에 함께 있길 원했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이 있다’, 이렇게 말할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지역문화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얘들이 책을 제대로 읽게 가르칠 수 있도록 돕자, 외롭고 병약한 노인들을 방문해서 돕자, 황폐해진 이웃들이 집을 고치고 공원을 정비하며 방치된 주차장을 야구장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자. 이렇게 제안할 것으로 상상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지도자들이 엄청난 에너지와 관대함으로 9.11의 혼란과 비극 속에서 새로운 미국의 단결을 이끌어낼 것으로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단결을 통해 전세계의 테러리스트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너희들이 우리를 공격하면 할수록 우리들은 더욱 강해지고, 더욱 깨끗해지며, 더욱 교육을 잘 받고, 더욱 더 단결될 것이다. 우리에 대한 너희들의 비인간적 공격은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결의를 더욱 강화시켜줄 뿐이다.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처럼 우리는 거듭 태어날 것이다.

9.11 직후 지도자의 연설이 있기는 했습니다. ‘당신들이 우리 편을 들지 않는다면 우리의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나서는 폭격이 시작됐습니다. 지도자들이 우리들에게 이웃의 수상쩍은 행동을 신고함으로써 애국심을 보여달라고 부추기면서 낡은 패러다임이 부활했습니다.

9.11 이후 19개월 동안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공포와 증오에 의해 갉아 먹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오고 있습니다. 양도할 수 없는 기본적 권리, 법에 따른 적절한 절차, 가정의 신성불가침성, 이런 것들이 공포의 분위기 속에서 급속하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하나로 뭉쳐야 할 미국의 시민들은 서로 갈라져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고, 한때 우리에게 깊은 연민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지구촌 시민들은 점점 더 경멸과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소련을 바라보았던 그런 눈초리로, 우리를 깡패국가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수잔(로빈스의 부인 수잔 새런든)과 나는 세 아이들을 데리고 플로리다에 갔습니다. 친척 모임이었습니다. 술잔이 오가고, 춤을 추고, 물론 전쟁 얘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말 모임에서 가장 끔찍스러웠던 것은 반전에 관한 얘기를 했다는 이유로 몇 번이고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서는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계속 얘기하게, 나는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었네’라고 말입니다.

친척 한 분이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신의 11살 난 아들에게, 제게는 조카가 됩니다만, 역사 선생님이 ‘수잔 서랜든의 반전운동이 미군을 위태롭게 한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학교의 선생님은 제 조카딸에게 우리 가족이 학교 연극제에 올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답니다. 이 선생님은 우리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답니다. 어린이들의 심성을 키우는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겁니까?

또 다른 친척이 말했습니다. 한 학교의 이사회가 어떤 모임에서 이번 전쟁의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갖자는 계획을 취소시켰다는 겁니다.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학생들이 침묵의 기도 속에 이라크의 민간인 희생자들도 포함시켰기 때문이랍니다.

또 다른 조카가 다니는 학교의 한 선생님은 평화의 마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습니다. 우리 모임에 참석한 한 분은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가 유명한 반전운동가를 살해하라고 촉구하는 방송을 들었노라고 말하더군요. 또 다른 반전운동가는 자신의 집 현관에서 살해를 위협하는 전단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우리 친척들 중 상당수가 협박 이메일이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13살난 아들은, 이 얘는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일이 없습니다, 최근 새디스트적인 언론인으로부터 수모를 당했습니다.

수잔과 나는 배신자로, 사담 후세인의 지지자로 낙인 찍혔습니다. 2주일 전 유나이티드 웨이는 여성지도자에 관한 세미나에 수잔의 참석을 취소시켰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우리 부부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는 야구 명예의 전당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는 통고를 받았습니다.

지난 주 중년의 유명 록 가수가 제게 전화를 걸어 와 반전 주장을 펼치는 제게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자기도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전쟁 찬성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클리어 채널 때문에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 가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클리어 채널이 내 콘서트를 방영해 주고 있거든요. 그들은 내 노래를 틀어주는 방송국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나로서는 전쟁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 워싱턴에서는 (수십년간 백악관을 출입해 온) 헬렌 토마스가 아리 플레이셔(백악관 대변인)에게 ‘관타나모 수용소의 포로들을 TV에 방영하는 것도 제네바협약 위반이 아니냐’고 물었다가 브리핑룸 뒷자리로 쫓겨난 것은 물론 질문권도 얻지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차디찬 바람이 이 나라에 불고 있습니다. 백악관과 그 동맹세력들의 메시지가 라디오 토크쇼를 통해, 클리어 채널을 통해, 그리고 쿠퍼스타운을 통해 전국으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에 반대했다간 재미없을 것이란 거죠.

이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겨냥해 경고와 협박과 욕설과 증오가 담긴 방송전파들이 매일같이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지난 주 내가 보았던 친척들과 친구들처럼 침묵의 반대와 공포 속에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헐리우드가 전쟁에 반대한다는 말은 이제 듣기조차 지겹습니다. 헐리우드의 큰손들, 진짜 실세들과 잡지 표지를 장식하는 대다수 스타들은 대체로 이번 전쟁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헐리우드라는 개념은 언제나 편리한 공격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사건이 생각나는군요.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헐리우드가 이 끔찍한 비극을 부추겼다고 비난했습니다. 코소보에다 진짜 폭탄을 떨어뜨리면서 그런 비판을 했습니다. 우리 지도자들의 폭력 행사가 10대들의 폭력적 환상에 기여한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그저 헐리우드와 로큰롤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까?

당시 범인 중 한 명이 진짜 전쟁에서 싸우고 싶어서 군 입대를 시도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1주일 후 그는 콜럼바인에서 그 자신의 진짜 전쟁을 벌입니다. 당시 나는 언론에 이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클린턴을 비난했으므로 비애국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금 나를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바로 그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는 코소보전쟁이 진행되던 당시 연일 클린턴 대통령을 공격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영화 속 폭력을 비난해 왔던 유명 정치인들은 최근 이번 전쟁에서 현 대통령이 진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가공의 폭력을 멈추길 바라지만 진짜 폭력은 괜찮다는 겁니다.

그리고 전쟁의 진짜 폭력을 용인한 바로 그 사람들은 TV뉴스를 통해 그 폭력의 결과를 보려 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의 전쟁보도는 교묘하게 편집되고 있습니다. 우리 병사들, 또는 이라크의 부녀자나 아이들의 피와 상처는 흔적조차 볼 수 없습니다. 개념으로서의 폭력, 추상적 폭력, 이건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 초반부의 피와 살이 튀는 적나라한 전투장면에는 박수갈채를 보내면서도 똑같은 장면을 TV뉴스에서 보는 것만은 한사코 피합니다. 우리는 진짜 생활에서의 현실을 조금치도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영화스크린 상에서 전투장면이 생생하게 재현될 것을 요구하면서도 실생활에서의 전쟁은 상상의 것으로, 개념화된 것으로만 남아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광기 속에서 정치적 반대세력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민주당원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박수)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께는 약간의 사과와 함께, 이 말만은 꼭 해야겠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난장이 코메디안 정도의 배짱도 갖고 있지 못한 나라에 살려니까 참 황당하다구요. (박수) 우리에겐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헌법을 제대로 아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공포의 순간에도 자신의 가장 중요한 권력, 즉 행정부에 대해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발, 의회여 제발, 행정부 뒷꽁무니의 합창단 노릇을 그만 둘 수 없습니까? (웃음)

정작 이라크 국민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라크가 해방됐다며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이때, 베트남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은 의원 후보의 애국심을 문제 삼는 광고를 정부관리가 내보내는 이때, 모든 국민들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실천했다간 보복당할지 모른다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때, 우리들은 분노해야 합니다. 분연히 떨쳐 일어서야 합니다. 물줄기의 방향을 바꿔 놓는 데는 그리 많은 힘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아까 제가 말한 11살난 조카는 자기 반에서 한번도 발언한 적이 없는 수줍음 많은 아이입니다. 그런 그 아이가 수잔 새런든의 애국심을 문제 삼은 역사 선생님의 말에 벌떡 일어나 이렇게 말했답니다. “선생님이 말하는 그 분은 우리 아줌마예요. 그만 두세요.” 놀란 선생님은 더듬거리며 변명을 늘어놓았다는군요.

이번 명예의 전당 사건에 대해 전국의 체육기자들이 어찌나 커다란 분노를 드러냈던지 명예의 전당 이사장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고, 메이저리그 야구협회는 이사장의 행동과 자신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협박은 막아낼 수 있고, 어리석은 군중들의 행진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용기 있는 단 한 사람의 단호한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이 땅의 언론인들은 우리의 헌법을 다시 쓰려는 자들에 맞서 이들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언론인들은 자신들이 정부의 홍보요원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박수) 아리 플레이셔로부터 질문권을 받은 백악관 출입기자는 그 권한을 뒷자리로 유배당한 그 날의 언론인, 헬렌 토마스에게 양도해야 합니다. (박수) 나아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어떠한 위협도 단연코 물리쳐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떠한 순종도 더 많은 협박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여러분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여러분은 엄청난 책임과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공공 담론의 운명, 우리 공화국의 건강이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은 당신들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들이 택한 운명입니다.

우리는 우리 민주주의의 운명을 당신들의 책상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펜이 더욱더 강해지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무언의 당혹감과 희망 속에 주시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헌법의 정신과 규정들을 지켜줄 것을, 국가안보와 왜곡된 애국심의 이름으로 매일처럼 우리를 짓누르는 협박에 맞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우리의 능력, 지도자의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들의 행동을 비판할 수 있는 천부의 권리가 우리가 누군가를 규정합니다. 공포심 때문에 이러한 권리가 박탈당하는 것을 용인하고, 신념을 이유로 누군가를 처벌하며,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언론매체에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은 중대한 도전의 시기입니다. 좌와 우, 전쟁 지지와 전쟁 반대로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증오의 파도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11살 난 제 조카의 이름을 걸고, 나아가 적대적이고 소모적인 공포분위기에 희생된 수많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을 걸어 하나의 국민으로서 우리의 공통분모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합시다. 2백27년을 견뎌온 이 위대하고도 영광스러운 실험을 축하합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단결시켜 온 것들을 기리고, 또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자유, 수정헌법 1조, 아 그리고 또 있군요, 야구, 이런 것들 말입니다.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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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집일: 2003-4-18 10:41 a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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