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모노노케히메

마지막으로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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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앙 게시판에 쓴 글을 다시 여기 그냥 적음... 정말 오늘의 그 번역은 악몽 그 자체였다.

제목:  "모노노케히메"를 보고 왔는데... 
 
최고의 작품을 최악의 번역이 망쳐 놓았다...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중 일부 (아마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만 국내 개봉이 
가능하다는 제한이 있던가 그렇죠) 를 국내에서 개봉하는 것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봤는데... 
(워낙 국내에 늦게 들어오니까 사실 그 전에 이미 컴퓨터로 다 봤죠) 컴퓨터로 봤던 불법 동영
상과 극장 상영판의 번역이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라면 설명이 될까요... 전체 관람가로 나오
면서 아동들을 고려했는지 모르겠지만, 문체고 단어고 하나부터 열까지 무슨 학예회 연극인 
것 같았습니다.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면.. 
(스포일러까지는 아니지만 내용이 언급되니까 원하지 않으시면 아래는 보지 마세요)
(그리고 저는 일본어는 깜깜입니다. 따라서 원래 대본상의 대사가 어떤지는 모르기 때문에, 제
대로 번역한 것인데도 제가 맘에 들지 않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제일 처음에 아시타카의 동생이 아시타카보고 '오빠'라고 하며 반말을 할 때부터 불길해집니
다.. 부족장이 될 아시타카의 위치나 시대적 배경 등을 봤을 때 동영상CD 에서 "오라버니"라 
부르며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것이 훨씬 어울립니다.

처음에 아시타카가 재앙신을 달래는 부분에서..
* 동영상CD판 - "필경 어느 이름있는 산의 주인일 텐데, 어찌하여 인간을 습격하는 것이오!"
* 극장판 - "주저리주저리.. 왜 마을을 습격하는 거죠?" (버엉... 여자 교생 선생님이 양아치 
불량학생 앉혀놓고 달래는 것도 아니고...)

그때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존댓말은 "~요" "~죠?" 로 끝납니다. 사극에서도 "~니다" 사이
에 간혹 "~요"를 써서 어울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건 "...한 것이지요" 하는 식일 때 얘기
지,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허준이 유의태보고 "스승님,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하거나, 
신하가 임금보고 "통촉하세요" 하는 식입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존댓말을 써야 할 곳과 반말을 써야 할곳을 구분을 못합니다. 가장 압권은 아시타카가 에보시
에게 꼬박꼬박 "에보시님"이라고 하는 겁니다. 원 대사에서 "~사마"가 있고 없고는 제 귀에도 
들리는데, 아시타카가 에보시를 칭할 때는 단 한 번도 쓰이지 않았음에도 번역은 "에보시님"이
고, 위의 "~요"와 어울러져서 환상의 콤비가 됩니다. 더 가관인 것은 처음 만나서 한동안은 반
말을 하다가 장면이 바뀌고 언제부턴가 저렇게 바뀌더라는 것.. 그 반대면 그나마 봐줄 만 했
건만.. 아시타카와 에보시의 대립 구도를 생각하면 나이 좀 많다고 존댓말을 쓸 분위기가 아니
죠. 반대로 존댓말을 써야 어울릴 곳을 반말로 처리해서 아시타카를 정말 개념없는 놈처럼 만
든 곳도 있고..

그 외에도.. 사용되는 단어들이 정말 짜증이 날 정도로... '수류탄'이 나올 때는 할 말을 잊었
습니다.. -_-;

게다가 극장 탓인지 필름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화면이 계속 떨리는 통에.. (정지화면으로 배
경이 나오는 장면에서 꼭 지진이 난 것처럼 산과 강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암튼 최악의 상황
이었군요.

정말... 몇 번씩 봤던 것이지만 극장에서 다시 봐줘야 언젠가는 신작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란 생각으로 웬만하면 도와주고 싶은데... 수입사가 (번역가를 선정하고 번역본
을 점검하는 게 어느 시점에서 처리되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안 도와 주는군요.

그래도 큰 화면으로 보니 역시 예전에 놓쳤던 것들도 많이 눈에 들어오고... 재미는 있었습니
다.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는 화면에 나오는 자막을 무시하고 컴퓨터로 봤을 때의 기억을 떠올
리며 매치를 시키니 무난하더군요. :-/ 


애니만화분류

마지막 편집일: 2004-3-7 9:04 p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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