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대문/2003-05-17

마지막으로 [b]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 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탱크들의 행진 소릴 들었소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의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여기 망월동 언덕배기의 노여움으로 말하네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같은 주검과 훈장
누이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태극기 아래 시신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절규하는 통곡 소릴 들었소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정태춘, 박은옥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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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집일: 2003-5-17 8:13 a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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