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화면으로]그때그여중생/01편-10편

마지막으로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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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편
3. 3편
4. 4편
5. 5편
6. 6편
7. 7편
8. 8편
9. 9편
10. 10편

1. 1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2958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1/30 02:16  읽음:1976 추천:100   비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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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년 전.. 대학 첫 중간고사를 칠 때이다.

전날 소주 1.5 병을 마셨지만..

벼락치기라도 해보자 하고..

동네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한 10분 앉아있으니까 한 여중생이 옆자리에 앉았다.. 

주섬 주섬 책을 펴놓기 시작하는데.. 

저런 교과목이 있나.. 


중학교 

     강          타 

           3 


--;; 

흠.. 

멀쩡하게 생긴애가.. 

어쨌든 다시 공부에 몰두했다.. 

1시간 후.. 

잠시 쉬러 나가는데.. 

얘는 꿈쩍도 안하고 계속 강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집중력이 강하군.. 엠씨스퀘어를 했나.. 

30분 놀다와서.--;; 

자리에 돌아왔는데 얘는 아직도 꼼짝 안하고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난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집중해야지.. 

하지만.. 다시 1시간이 흐르자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었다.. 

옆을 힐끔 돌아보자 얘는 딴데도 안쳐다보고 

강타를 보는 것이었다.

이런.. 건방진 것.. 

감히 중학생 주제에 어른인 나보다 집중력이 좋다니.. 

...하고 시비 걸수도 없고 

밥을 먹고 돌아오니(1시간) 

얘는 아직도 강타책을 보고 있었다.. 

아아니.. 

얘는 밥도 안먹나.. 

나는 자존심이 좀 상했다.. 

그래서 이번엔 3시간 동안 절대 일어나지 않기로 했다.. 

한시간...이 지나고.. 

여중생은 드디어 가방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주섬주섬 뭔가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애들 치고는 잘견뎠다.. 

이제 그만 고무줄이나 하러 가거라.. 

근데 얘는 자리를 뜨는게 아니라 딴 책을 꺼내는 것이었다.. 

중학교 

    토니  안

        3 

흠...--;; 

움직이는걸 싫어하는 체질인가.. 

연습장을 꺼내놓고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한시간... 두시간.. 

난 더이상 견딜 수 없어서 밖에 나갔다.. 

30분 후에 들어오니 

얘는 아직도 책을 보고 있었다.. 

흠.. 

이건 안돼.. 얘는 정상이 아니야.. 

나는 말을 걸어 보았다.

"얘 지우개 좀 잠깐 빌려도 되니?" 

"네 쓰세요.." 

흠.. 

지우개를 돌려주며.. 

"야 너 쉬지도 않고 계속 그렇게 공부가 되니?" 

"네." 

"너 밥도 안먹니?" 

얘는 잠시 니가 뭔 상관인데 하는 표정으로 째려보았다.. 

"아까 잠깐 나가서 빵 먹었어요" 

..너 HOT 빵(참고:*주) 사먹었지 물어보려다 말았다.

"야 너 그렇게 제대로 먹지도 않고 같은 자리에 계속 앉아있으면 키 안큰다 
허리 구부정해지고.." 

나는 옆에 있던 해부학 책에서 뼈그림을 펴보여주며 말했다. 

"봐 여기 써있지.. 청소년기에 무리한 자세 고정은 허리뼈를 휘게한다" 

약간 동요의 빛이 보였지만 역시 무시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셤 기간에만 그러는 거예요." 

...흠... 

그래 이거야..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초지일관 강한 의지력.. 

이정도면 이미 내가 시기할 경지는 넘어섰군.. 

내가 너에게 한수 배워야 겠다.. 

"야 너 어떻하면 그렇게 집중할 수 있냐?" 

그녀는 씨익 웃으며 책을 보여주었다.. 

중학교 토니 안의 책장마다 

HOT의 스티커 사진이 붙어있는 것이었다.. 
(이 때의 문군은 아직 인간 이었다.)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책을 돌려줬다.. 

그 인연이 되어 1년 쯤 과외를 했었다.

내 덕분인지 HOT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공부를 꽤 잘해 자기가 원하던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HOT도 해체 된지 오래..

대학생이 된 그 애에게 문득 그 얘기를 했더니.

씨익 웃고 만다.

빠순이라고 매도 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우상에 열광하는 모습이 나쁘지 만은 않은 것 같기도...

 주*  피카추 빵과 함께 90년대 후반의 제과 업계를 양분하던 아이템.
      '캔디' 시절 문군을 비롯한 HOT 오빠들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스티커 사진 동봉.

2. 2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3012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2)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1/30 16:12  읽음:1712 추천:100   비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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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여중생은 

고등학교 가서도 여전히 

HOT '빠순이' 생활을 하는 한편 

시험 기간 마다 늘 동네 도서관에 나타나 

놀라운 집중력으로.. 

나를 긴장 시키곤 했다. 

다행히 좀 철이 들었는지.. 

High school 

  Tony  Ahn 
        
       1 

이런 책은 없었다. 

몇 번 대화 하고 해서 얼굴도 익숙해 질 무렵.. 

"아저씨 있잖아요.."   

뭐시라 -_-+ 

대답이 없자 툭툭 치면서 말한다. 

"저기요 아저씨.." 

아저씨 아니..지만... 

..상투적인 반박은 자제했다 

"왜" 

"과외 안하실래요?" 

당시의 나는 고3 남학생과 철권에 대해 100분 토론하다. 

고용주에게 발각되어-_-;; 실직 당한 상태였다. 

얘는 다른 성적은 꽤 괜찮은데.. 

수학이 약한 편이어서 

수학 과외를 하기로 한 모양이다. 

소위 말하는 대치동 키드들은 

한 달에 몇 백도 쓴다지만.. 

한 주에 두번, 30만원은 

솔직히 말해 고비용 저효율인게 사실이다. 

나로서는 알 바 아니고.. 

어쨌든 

과외 첫날.. 

예상은 했지만.. 

도배지의 색상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붙은.. 오빠들.. 

"방 예쁘게 꾸며 놨네..." 

흐믓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좀 쑥쓰러운듯 묻는다. 

"유치하죠?" 

물론 이지..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중학교 토니 안'을 들고 다녔었던 애니까 이 정도는 예상했지..' 

할 수는 없고.. 

음... 뭔가... 말 해줘야 한다. 

"아니야 뭐... 유치하긴... 
우리 삼촌도 고등학교 때 벽에다 가득 이소룡 사진 붙여 놓곤 했었는데 뭐" 

...... 

-_-;; 적절치 못했다. 

어쨌든 제 1과 집합과 명제. 

수학을 놓은지 벌써 1년 이지만.. 

고등학교 시절.. 

매달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스팀팩 맞은 마린 마냥.. 

정석 1장을 풀고 또 풀었던 만큼.. 

내가 꽉 잡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순조로운 수업에.. 

그 애의 나에 대한 신뢰도도 조금 올라 간 듯. 

하지만 

지수 로그에 이르자 서서히 밑천이 떨어지기 시작.. 

푸는 방법이야 알지만.. 

답에 대해서는 확신 할 수 없는 문제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틀렸는데요" 

"아 여기 계산이 잘못 되었구나. 이런 방법으로 푸는 거니까 나중에 다시 해봐" 

이런식으로 넘어 가는 것도 정도.. 한두번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그럴 때 마다 뜬금 없는 HOT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며 상황을 모면하곤 했다. 
(소스로 삼기 위해 -_-;; CD도 샀다.) 

"아.. 그건 그렇구..너.. 넌 오빠들 중에 누가 좋아" 

"처음에는 강타 오빠가 잘생겨서 젤 좋았는데요 요즘엔 희준이 오빠가.." 

"왜?" 

"카리스마 있잖아요" 

20대 초반에 벌써 카리스마를 발하시던 그 분...-_-;; 

최근에는 [테크락]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중.. 

여튼.. 

언젠가 부터는 

답지를 옆에다 펴놓고 흘끔거리며 문제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막히는 문제를 

슬쩍 답지 펴놓고 풀이 중.. 

그 애는 힐끔 내 얼굴을 쳐다 보더니. 

팔꿈치로 필통을 밀어.. 

답지 위에다 놓고는.. 

씨익 웃는다. 

등에 식은 땀이.. 

"안해요?" 

영악한 것... 

긴장했는지.. 

문제는.. 

계속 막힌다.-_-;; 

"이 부분이 중요하니까..." 

나는 형광펜을 꺼내는 척 하면서 

필통을 집어 들고.. 
(매우 부자연스런 연기) 

열심히 답지를 눈에 바르려는데.. 

"아 그렇구나.. 이 문제가 중요하구나.." 

그애는 답지에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며.. 

"이거 원... 눈이 침침해서" 

-_-;; 할머니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자.. 장난 그만하고 수업하자" 

난 어께를 잡고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자.. 

그 애는 납짝 엎어져 답지에 뺨을 붙여 버렸다. 

"너 자세 똑바로 안할래..?" 

"저기 선생님 있잖아요.." 

생글거리며 날 올려다 보던 그 표정을 아직 잊지 못한다.. 

분명...'니 까짓게..' 하는 눈빛 이었다. 

"학교에서 애들이 그러는데.." 

"뭐... 뭐라고" 

"난 책상에 엎드려 있을 때 섹시하데요" 

"..... -_-;;" 

"오늘 부터 이 자세로 들어도 되죠?" 

그래서 결국 그 문제는 풀지 못했다. 

... 

이상은 사교육의 실상에 대한 고발 이었습니다. 

3. 3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3053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3)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1/30 22:43  읽음:1658 추천:100   비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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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혜님.

안 그래도..

우리 할아버지 살아 계실 때..

저를 '헉이' 라고 부르고는 하셨죠.^_^

여튼..

여차 여차 과외를 해나가던 어느날...

그 날도 걔네 집에 도착..

초인종을 누르니

꼬마가 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

아버지께서..힘도 좋으시지.-_-;;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나는 어디 갔냐?"

꼬마는 나에게 쪽지 하나를 전해 주었다.

"누나가 주랬어"

그 쪽지는..

결석계...-_-;; 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보관 했었는데..

최근에 잃어 버려서 좀 안타깝지만..

대충 기억나는 문구를 재구성 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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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석계.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이렇게 글로 인사를 드리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수업 시간이어서 노트 쪼가리에 쓰는 것 죄송 합니다.

선생님께서 사실은 수학에 그다지 조예가 깊지 않아

요즘 들어 부쩍 힘겨워 하시는 것 다 알아요.

옆에서 지켜 보면서 마음이 아픕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존경해 마지 않는 선생님의 고난을 계속 지켜 봐야 하는가 마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 중 이예요

방학 때 베낭 여행을 가시려고 돈을 모으고 계신다 말씀 하셨었죠?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저도 무척 슬플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일은 저희 엄마께서 모르셨으면 해요.

서로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목숨만큼 아끼는 제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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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잠시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정신을 차린 뒤 생각해 보니..

비록 과외 선생이지만

너무 편하게 대해줘서 이런가 싶기도 하고.

화도 나고.

과외를 짼 것도 짼 거지만.

어린 동생을 놔두고 놀러 나간 것도

괘씸했다.

여튼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짤리는 한.. 

..이 있으면 곤란 하지만..

이 일은 짚고 넘어 가리라 마음 먹었다.

얘가 올 때 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오빠들 사진이 가득 찬 그 방에 앉았다.

"누나 없을 때 방에 들어가면 안되는데..."

꼬마는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문을 빼꼼히 열고 서서 불안한 듯이 말했다.

독한 것-_-;; 

얼마나 애를 윽박질렀으면..

그러고 보니 지 누나에 비해서 

눈빛에 힘이 없는게 

억눌려 사는 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녀석의 인생을 바꾸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임마 너도 들어와봐"

"싫어"

다가서서 손목을 잡자

뿌리치고 달아난다-_-;;

오기가 생기게 하는 타입의 꼬마군..

집안 내력일지도 모르지..

나는 쫓아가서 잡아 들어 올렸다.

녀석은 마치 치과에 끌려 가는 것 처럼 

격렬히 반항했다.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애한테 무슨 짓을 해놓은 거지...

라기 보다-_-;;

나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자 들어와 버렸는데 이제 어쩔거냐."

녀석은 잠시 반항 하다가 

의외로 쉽게 체념 하고는..

이것 저것을 만지며 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녀석의 질문에 대답해 주며

빌려 온 만화책을 봤다.

잠시 후.. 

녀석이 조용하기에..

흘끔 쳐다 보니.

지 누나가 목숨보다 아끼는 오빠 사진에 

방명록을 남기고 있는 것이었다.

대문짝 만한 필체도 필체거니와..

그 문구란게..

당당한 남아의 기상을 품고 있었다.

             
                  '씨발아 덤벼 나는 품띠다'

......-_-;;

이런 꼬마가 태권도 고수였을 줄이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아무튼.. 

변명 같지만

나로서는 수습할 수 없는 사태였고

그대로 그 집을 나와 버린 것에 대해...

부끄러움은 없다.

물론 그 애의 모친은 그 날의 일을 알지 못한다-_-;;

4. 4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3254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4)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2/01 23:21  읽음:1395 추천:100   비추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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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그 애는

그 일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혹시 모르는 걸까..

저 위풍 당당한 도전장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지..

아직 붙여 놓은 것은

무언의 시위인가..

여튼

한 시간이 지나도록

서로 인사만 하고 앉아서..

묵묵히 계속 문제만 풀었다.

답답해서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그 애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오늘은 어째 답지를 안보시네요"

 "응?"

 "계속 틀리시면서"

 "......"
 
잠시 또 침묵..

 "선생님 근데 있잖아요..."

 "왜?"

 "혹시 태권도 품띠세요?"

샤프심이 뚝 하고 부러졌다.

 "아니."

그녀는 손벽을 마주 치며 해맑게 웃었다.

 "이제야 범인을 밝혀 냈다."

 ......-_-;;

그러더니..

돌연 싸늘한 표정으로 변해서는

눈을 아래로 깔며..

음산하게 읇조린다.

 "저 세상에 가기엔 너무 어린 나인데..."

...죽일 셈이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

 '불쌍하니 조금이라도 더 살게 해주는게 어때?'

...라고 하면 통할까-_-;;

아무튼.. 

말 나온 김에.

나도 따질게 없는건 아니다.
(이렇게 해서 동급이 되어 버렸다-_-;;)

 "그 날 일이라면 네 동생 잘못이 아냐."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그 애..

나를 흘끔 쳐다보더니..

 "그러고 보니 그 녀석만을 탓 할 일도 아니군..."

다시 눈을 아래로 깔며..

 "입을 막을 필요도 있고..."

......-_-;;

순간 섬뜻 했으나..

자세를 가다듬고..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아카데미급의 연기는 잘 봤다. 
      그건 그렇고 말도 없이 과외 짼 걸 해명해 봐"

강경한 반응에 놀랐는지..

잠깐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생긋 웃으며..

이리 저리 책꽂이를 뒤지더니..

답지를 꺼내 펼쳐 놓고..-_-;;

책상에 뺨을 붙이고 올려다 보는..

예의 그 '섹시한' 자세를 취했다.

 "제자는 수업들을 준비 되었습니다"

버라이어티 쇼를 하는군-_-;;

 "어디 다녀 왔는지 말해봐"

그 애는 벌떡 일어나며.

삐친 말투로 말했다.

 " 제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걸 꼭 아셔야 겠어요?"

니가... 뭘 어떻게 했는데..-_-;;

여튼

어이가 없어서 힘이 다 빠졌다.

 "후... 아니다...수업이나 하자..."

 "아니예요..선생님이 그렇게까지 아셔야 겠다면."

 "수업이나 하자구"

 "말씀 드리겠어요."

이 쯤 되면 모든게 분명해 졌다.

이 녀석은 오늘 공부 하기 싫은 것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얘기를 들어 보니...

그 애는 어제 

과외를 째고

미팅을 나갔다고 한다.

 "쵸티 오빠들 한텐 좀 미안 했죠"

물론..

나한테는 전혀 미안하지 않았겠지.-_-;;

참고로..

우리 시절의 고등학생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서 컸다.

대학 가라..

대학 가면

미팅을 할 수 있다-_-;;

나만 그랬나..

내가 너무 바보같이 살았나..

여튼..

얘는 30분간 쉬지 않고...

남자 애들이 어땠느니...

노래방 가서 뭐를 불렀느니

흥겹게 재잘거렸다.

말이 너무 빨라 반도 못 알아 들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즐거워 지는 기분.. 

..은 잠시였고.

여고생의 수다는 편두통을 유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사진은 괜찮냐?"
  
 "그거라면 사실 벌써 응분의 댓가를 치루었거든요 범인 중 한 명이."
 
과연 무슨 짓을 한걸까...-_-;;

차마 물어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선생님은 엄마한테 말 안했으니까 용서해 드릴게요"

활짝 웃는다.

나는

 "에구..이 것아..."

하면서도..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그 날의 수업도...-_-;;

5. 5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3378번
 제  목:[혁혁]그 때 그 여중생(5)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2/02 21:38  읽음:1280 추천:100   비추천:  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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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옷 깃을 여미며..

과외를 가는데..

그 애한테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볼 일이 있어 조금 늦는단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잦아..

한소리 하려고 하는데.

 "야채 호빵 사다 놔요 데워 먹게"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 버린다.

'오늘 야근 해야 돼..

'또?'

'순두부 찌개 끓여놔.'  

딸깍..

..이라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도 꼬박꼬박 전화를 해주시니..

얼마나 자상한 남편인가-_-;;

아무튼 

왔던 길을 30m 가량 되돌아가

호빵을 사고

한참을 걷다보니..

요즘들어..

조건 반사적으로 그 애의 말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돌아가 환불 할 수는 없고..

'이건 내가 먹어야 겠다.'

왜 그렇게 유치한 결심을 했는지 모르나...

아무튼 아파트 벤치에 앉아서 

호빵을 먹기 시작했다.-_-;;

이따가 보면 확실하게 다그치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 개 먹고..

담배 한 개피 피우고.

다시 한개 더 먹고 있는데.

"추운데 여기서 뭐해요?"

그 애가 나타났다.

"보다시피 호빵 먹고 있다"

"와.. 역시 선생님 최고! 
   기다렸다 같이 먹지...배고팠나 보구나"

하며 호들갑스럽게 호빵 봉지를 들었다가..
 
 "어 없잖아 이게 뭐야"

 "니 줄려고 산거 아니다.나 배고파서 샀다"

최대한 퉁명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왜?"

 "한 입만 줘요오..."

그 애는.. 전혀 분해하지 않는 것이었다.-_-;;

그래서..

발끈한 나머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을... 

아직도 후회한다.

 "안돼. 니가 사먹어"

그 애는 씨익 웃으며 내 얼굴을 잠시 내려다 보았다.

'니가 그렇지 뭐...' 

하는 표정이었다

 "사 올게요 잠깐 기다려요 그럼"

돌아서서 뛰어가는 그 앨 보며..

퍼뜩 정신이 들었다.

여기서 만약 얘를 그냥 보내면..

나는 호빵 심부름 시켰다고 삐진 놈이 되는 것이었다.-_-;;

 "잠깐...장난이다 내가 사줄게 같이 가자"

 "정말?"

결국 

왔던 길을 한참이나 돌아가 

야채 호빵을 샀다.

 "더 안먹어요? 혼자 먹기 미안한데."

-_-;;
두 개나 먹었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그 애는 호호 불며 호빵을 맛있게도 먹었다.

 "맨날 여기를 지나치면 사먹고 싶은데 
    용돈이 빠듯해서 말이지.."

-_-내 용돈도 빠듯 하단다.

여튼..

그 앤 기분이 좋아 졌는지..

또 쉴새없이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입에 뭐 넣고 말하지 마"

그러자..

그 애는 호빵을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에헤 선생님 이것 봐요 야채 호빵"

하면서...

입을 벌리고 얼굴을 들이 민다..-_-;;

 "드러워. 저리 가지 못해"
 
 "흐흐 당면도 들었어요 맛있겠죠? 자 아~"

이런 애를 상대로 잠시나마 삐져 있었던게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너 요즘 살찐거 같다"

별 생각 없이 한 말인데.

예상치 못하게..

처음으로 그 애의 놀란 표정을 봤다.

 "엑? 입 맛 떨어지게..."

조금 동요한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빵을 먹는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너 저녁 먹고 그거 또 먹는거지?"

 "무...무슨 말씀..."

기회를 잡았을 때.. 

집중 공격...

 "저... 배 좀 봐..."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저질 복수극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정신 차리자.. 

난 어른이야... 

생각하고.. 그만 하려 하는데..

그 애의 얼굴은 벌써 빨개져 있었다.

이렇게 되면..

그만 둘 수 없지..-_-;;

 "이 볼때기 살은 또 뭐냐"

 "어딜 만져요!"

그 애는 진짜로 삐졌는지
 
뒤도 안돌아 보고 뛰어 가버린다.

그래도 호빵은 들고...

음...

좀 너무했나?

뒤따라 걔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문을 열어 주셨다.

 "어서와요 선생님. 좀 늦으셨네요"

 "네 오다가 일이 좀 생겨서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제 쟤가 오늘 입도 안열고 그냥 방에 들어가네요"

방에 들어가 보니..

그 앤 책상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자 공부하자."

내가 옆에 앉자 그 애는 종이를 하나 쓱 내밀고는

침대에 가서 이불을 덮고 누워 버렸다.

  [제가 그 동안 선생님께 너무 막 대한게 아닐까 생각 했습니다.
  
   오늘 아파트 앞에서 혼자 호빵을 드시고 계신 모습을 보고..
   
   사실은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과외 늦은 것도 모자라..
  
   어린 것이 호빵 심부름이나 시키고... 

   얼마나 속상하셨으면..
 
   눈에 선 합니다..

   선생님 성격에... 호빵을 사긴 했지만..
  
   분해서 두 개를 다 먹어 버린 것이라 생각 됩니다.
     
   제가 생각 없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전 정말 바보 입니다.
 
   오늘은 반성의 의미로 계속 이러고 있겠습니다.]
 
음-_- 

한 마디로...

나를 가지고 놀며..

과외도 째보겠다는 속셈이군..

 "일어나지 못해"

침대로 성큼 다가가서 이불을 확 제쳤다.

그런데 그 애는..

정말로 속상했는지..

배게에 엎드려서 흐느끼고 있었다.

좀 미안했다.

옆에 앉으며 

 "야.. 일어나.. 잘못했어"

 "......" 

 "내일도 호빵 사올게 그만 화 풀어..."

 "......"

 "사실은 너 날씬해.. 장난 한거야"

 "......"

 "진짜 뚱뚱한 애한테 어떻게 그런말 하겠냐? 장난 이라니깐.."

그제서야 그 애는 천천히 돌아 누우며..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럼 이거 마저 먹어도 되죠?"

그 애의 입 안에는... 

야채 호빵이 가득했다..-_-;;

6. 6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3501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6)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2/03 23:15  읽음:232  추천: 38   비추천:  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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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니 감사 합니다^^

그나저나 중요한 오류를 발견 하셨더군요..

입을 막을 필요가...-_-;;

아무튼...

그날은..

일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머리가 지끈 거렸다.

너무 많이 마셨나...

침대에 퍼져 있으니

어머니가 털복숭이 하나를 안겨 주신다.

 "산책 시켜라"
  
 "......"

 "산책 시켜라"

 "....네"

요크셔테리어..(남 8개월)

놈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아무튼 그 생물을 안고...

밖으로 나섰다.

놈은 목줄을 싫어해...

누가 잡아 당기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차가 오가는 소방 도로에

풀어 놓을 수도 없다.

 "오늘은 목줄 하고 다녀보자... 착하지?"

 "너나 해 임마"

놈의 단호한 거부에..

할 수 없이.

품에 안고 근처의 공원 까지 가야했다.

발버둥치는 녀석을 안고..

햇볕 내리쬐는 길을 걸으니 현기증이 났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공원에 도착하자 마자 그늘 벤치에 앉았다.

녀석은 좋다고 싸돌아 다닌다.

"어머 귀엽다"

한가지 좋은 점은...

동네 여자들이 녀석을 한 번씩 안아보며..
  
주인에게도 말을 걸어 준다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하다가..

감빡..

30분쯤 졸고 있었을까...

추워서 깨어났는데..

어떤 여자가 녀석을 안고 내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선생님네 강아지예요?"

......-_-;;

서식처가 비슷해서...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지만.

컨트롤 할 수 없는 생물..

둘이나 한꺼번에 나타나다니..
  
 "자 이제 가야겠다"

 "강아지랑 조금만 더 놀게요"

 "안녕"

빼앗듯이 개를 받아..

뒤돌아 가려는데..

무언가 발목을 잡는다.

 "아야.. 이게 뭐야 넘어질 뻔 했잖아"

개목줄이었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죠"

그래서..

뭐..-_-;;

그렇게 되었다.

아무튼..

저렇게 놀고 있는 걸 보면..

한 마리의 평범한 개와..여자앤데...

 "선생님 근데......"

 "응?"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미친놈"
 
 "......-_-+"
 
 "멍멍이"

 "와.. 진짜 성의 없게 지었다."

그 애는

노랑색 후드티에..면바지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다.

화사한 겨울 오전의 햇살...

그 장면은 한 장의 사진처럼 머리 속에 남아있다.

 "선생님은 좋겠다..."

 "개 가지고 싶어?"

고개를 끄덕 끄덕 한다.

 "엄마한테 사달라 그래"

 "비싸잖아요..."

 "딸이 조르면 그 정도 안사주시겠냐?"

 "얼만데요?"
 
 "글세.. 30만원쯤 하나?"

그 애는 잠깐 골똘히 생각 하다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과외비만 아끼면....."

무..무슨 섬뜻한 생각을 하는게냐.

여튼.. 

조금만요.. 조금만요..하는 통에 

두 시간이 훌쩍 넘어..

시계는 정오를 가르키고 있었다.

 "너 숙제 없냐?"

 "다 했어요"

 "나 이제 들어가야 되는데"

 "할 일도 없으면서"

그렇긴 하지만...

이제 정말로... 슬슬 자야될 시간이다.

 "갈거야 개 줘 이리"

 "싫어요"

 "억지 부리지 마"

그 애는 한껏 삐진 표정을 했지만...

모르는 척 하고 공원을 나섰다.

 "선생님 근데 왜 목줄은 안하고 다녀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손가락을 물어 뜯는 녀석의 뒤통수를 한대 치며...

놈의 성향에 대해 잠시 설명 했다.

 "애기였을 때는 참 귀여웠는데......"

 "그래요?"

멍멍이가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나는 시험 보고 와서 

거실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비틀비틀 기어 와서는

살포시 팔베개를 하고는

새근새근 잠드는 것이었다..

그 애는 재밌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선생님은 그런 스타일 좋아하는구나..."

 "음? 갑자기 왠 스타일?"
    
 "하지만 선생님 성격에 그런 스타일 만나긴 힘들 거예요"

알 수 없는 소리였다.

그 애는 내 주머니에서 목줄을 꺼내더니..

멍멍이에게 씌웠다.

 "뭘 하려구"

 "내기요... 만약 내가 오늘 멍멍일 목줄 하고 다니게 만들면
  하루 종일 놀아주기"

가소로운 것..

 "후후.. 해봐"

개를 땅바닥에 내려놓자..

목줄을 잡고 뛰기 시작 했다..

놈도 나름대로의 자존심이 있어...

시멘트 바닥에 배를 바짝 붙이고 

질질 끌려 가면서도.

한 걸음도 안 떼고 있었다.

 "꽤 아플텐데 저러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자갈이 굴러 다니는

공사장으로 뛰어들어간다-_-..

저게 정녕...

십 분 전 만해도 세상에서 제일 사이 좋던..

두 마리의 모습이란 말인가...

사색이 된 멍멍이...

깨갱 거리다..

결국..

항복..-_-;;

그애는..

성화 주자처럼 의기양양하게..

공사장 한바퀴를 더 돈 다음..

씨익 웃으며 목줄을 내게 건냈다.

숨을 몰아 쉬며..

 "예쁘다고 오냐 오냐 하면 안되죠"

-_-;; 그 때서야 깨달았다..

그 위풍당당한 품띠 꼬마가..

그토록 주눅들어 있던 이유를..

그래서 

결국...

점심까지 사주게 되었다.

롯데리아에서..

 "선생님 어린 왕자 읽어 봤죠?"

 "응.."

 "여우가 이런 말 하잖아요 왜..."

 "무슨 말..?"

나는 멍멍이의 배를 쓰다듬어 주며 힘없이 대답했다.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거지"

 "무슨 엉뚱한 소리야"

 "그냥... 그렇다구요"

-_-무슨 소리 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녀석이 개를 산다고 하면 반드시 말려야 겠다고 결심했다.

7. 7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3752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7)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2/05 20:24  읽음:201  추천: 36   비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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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도 일찍 끝나고 과외도 없는 날이었다.

갑작스런 등장이지만..

여자 친구와 우리 동네에서 만나기로 했다.

뭐 어차피 가명이니까..

손예진 정도로 해두겠다.-_-

오락실에서 비행기를 했다.

예진이가 자꾸 죽는다.

참...오락에 소질 없는 애였다.

 "미안 또 죽었네..."

눈치를 슬슬 본다.

 "괜찮아 이어..."

 "응"

게임기 위에 수북히 쌓인 백원 짜리 중 하나를 집어..

집어 넣으려다..

떨어 뜨린다..

 "어라.."

느릿 느릿한 동작으로.

벙어리 장갑을 벗고..

동전을 주워 집어넣자..

아랫 구멍으로 나온다..

 "그냥 너 혼자 해 구경 할게..."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었다.

 "아냐 줘봐 내가 해줄게..."

동전을 넣고 

2P 시작 버튼을 눌러주고..

다시 조종대를 잡고 게임을 하는데..

예진이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내 팔을 쿡쿡 찌르며..

 "너도 죽었어"

니가 죽은 거야-_-;;

그 사이에 세 대 죽었냐...

때려쳐.

...라고 말 할 수는 없고..

 "그러게 이번엔 내가 죽었네..."

 "너두 이어..."

하며.

열심히 조종간을 전후좌우로 흔든다..

-_- 이렇게 되면 계속 총알을 피해 줘야 하는건가?

진이는..

한참 몰두해서 게임을 하더니..

내가 잇지 않자..

 "넌 그만 할거야?"
 
 "응 너 죽을 때 까지만 하자..
 
         어 이런.. 너도 죽었네.."

하며 살짝 가미가제...

예진이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후아.. 재밌었다..."

어떤 점이?-_- 

...라고 묻고 싶었지만...

 "응.. 우리 진이 되게 잘한다..."

할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캐릭터가 바뀌었군.. 하며..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혼란스러 하고 계실 때..

 "웅... 우리 진이~ 되~게 잘한다아.."

언제 부터였는지..

그 애가 옆 자리 앉아 있었다.

자리를 뜨자..-_-;;
 
 "예진아 뭐 먹으러 가자. 배고프네"

 "그래..."

 "저도 좋아요"

떼어 놓을 수 없었으리라는 것은 아시겠지...

아무튼 그래서..

분식집..

 "선생님 우리 집에서 과외비 잘 안줘요?"

 "잘 주시는 데"

 "근데 왠 중학생 과외까지.."
 
예진이는 흠칫 하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입에 쫄면을 가득 넣은 찰나...

면발이 잘 끊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얘 선생님이 너는 잘 가르쳐 주시니?"

난 젓가락을 들어 면발 끊는 것을 도와주며.

 "내 여자 친구야."

그 애는 약간 놀란 표정 이었다.
  
 "어? 여자친구 있다는 얘기 안했잖아요"

 "너한테 굳이 그런 얘길 할 필요가 없었지."

 "그럼 뭐야.. 중학생이랑 사귀는 거야?"

예진이는 그제서야 면발을 다 끊고

 "나 중학생 아니야 대학생 언니야"

또박 또박 말 하는거 처음 봤다.

 "입에 뭐 넣고 얘기하는거 나쁜 버릇이야...."

-_-;;

하긴..

무리도 아니지...

자그마한 체구에 앳된 얼굴..

버스 운임도 7년째 동결 이었다.

그 애는 학생증을 보고서야..

 "우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진이의 팔을 잡아 일으킨 다음..

 "작다.."

나와 그 애를 번갈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진이..

 "뭐야 버릇없이 얼른 그 손 놔."

라고 말 하고 싶을 것 같아서 대변 해줬다.

 "그나저나.. 선생님.. 어디서 이런 희귀종을.."

실례...이긴 하지만

얘한테는 그런 개념이 없지..-_-;;

 "너한테 그런 소릴 들을 만하진 않아"

 "무슨 말씀을"

또 신나게 재잘거리는 그 애..

한 참 조용히 있던 예진이..

그 애를 힐끔 보더니.

내 귀에다 손을 모으고..

속삭인다.

 "쟤 무서워.. 가라 그래.."

다 들린다...-_-;;

그 애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여기다 전화번호 적어 줘요"

예진이 한테 수첩이랑 연필을 쥐어둔다.

 "왜..왜?"

 "심심하면 언니랑 같이 놀게 "

...가지고 놀게 겠지..

막을 틈도 없이..

예진인 쪼뼛 쪼뼛 전화 번호를 적어준다..

 "제대로 적고 있는 거겠죠?

그 애가 다그치자.

흠칫 놀란 예진..

얼른 016에다 가위표를 하고..

위에다 018을 쓴다-_-;;

그 애는

흐뭇한 표정으로 수첩을 받아 넣고.

이것 저것 물어 본다.

 "언제 만났어요? 두 사람"

예진이와는 고2 때 동네 도서관에서 만나..

자연스래 붙어 다니게 되었다.

 "그럴 줄 알았어... 
   사귀자고 하지도 않고 무슨 여자 친구람"

 "응?"

 "안돼죠 그럼.. 지금이라도 해요 빨리"

 "뭐?"

 "자 얼른..."

그러고 보니..

어색하다고 느껴 본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사귀자는 말 한마디 해본 적 없었다.

 "빨리이.. 선생님의 그런 태도에 언니가 상처 받는 다구요"

그 말도 맞는 것 같아서

얼떨결에..

 "지..진아 우리 사귀자."

하며 진이 쪽을 돌아보니..

예진이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입에 쫄면을 가득 넣고 있었다.

나..나이스 타이밍-_-+

 "으구.. 이 진상... 쫄면은 미리 짤라 먹어야죠"

그 애는..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가더니.

가위를 가져와서 면발을 잘라준다.

 "고..고마워"

숨막혔던 모양이었다.

 "남자가 저 모양인데 언니라두 정신을 차려야죠"

뭐시라...--+

아무튼 그래서..

순조롭던 우리 두 사람 앞 날에 먹구름이..

8. 8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3835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8)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2/06 18:34  읽음:1038 추천:100   비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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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들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고등학교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그 애 한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지금 우리 집으로 좀 와주세요"

 "왜?"

 "내일이 시험인데 공부가 안돼요 
  빨리 와요."

딸깍..

통화는 간단히...

뭐...

호빵 심부름도 하는데..

공부 봐달라는 부탁을 안 들어 줄 수 없지..

그 애 집에 도착하니..

친구들로 보이는 남녀 몇몇이 와있었다.

 "어? 빨리 왔네 얘들아 인사해"

 "안녕하세요"

오늘은 단체 강습 인가..

추가 수당 받아야 되는거 아닌가 이거..

 "우리 반 애들이예요"

 "친구들 와 있었냐?"

 "아 말씀 안드렸었나? 어쨌든 시간이 없어요. 빨리 일루.."

팔을 잡아 당긴다.

따라 들어가 보니.

식탁 앞에 교과서와 노트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딱 봐도 오만 방자하게 생긴 

남고딩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인사해"

마지 못해 꾸벅 한다.

 "그럼 선생님 이 돌머리들 잘 부탁해요
  난 도서관에 있을 테니까 뭔 일 있음 불러요"

나머지들은 우르르 몰려 나간다.
 
-_-;;......뭐야 이건?

잠시 멍하니 그 애가 나간 쪽을 바라보다가.

겨우 상황 판단을 하고...

한숨을 푹.. 쉬며.. 자리에 앉았다.

 "내일 시험 뭐보냐?"

 "수학 윤리요"

하루만에도 점수를 딸 수 있는..

윤리 공부를 시작...

두 시간 경과...

 "잠시 나갔다 올테니 이거 풀고 있어"

담배 한 대 피고..

들어와 보니..

놈 들도 담배를 물고 있다-_-+

 "꺼"

둘이 동시에 나를 5초간 노려 보더니..

창 문 밖으로 휙 던진다.

-_-+

 "문제 푼거 줘봐"

문) 맹자의 4단 중 다음은 각각 무엇인가.

1)남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            )
2)불의를 부끄러워하거나 미워하는 마음(            )
3)양보하고 공경하는 마음(         )
4)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           )

.학생1의 답안지.

1) 동정심  
2)
3)
4) 판단력


.학생2의 답안지.

1)
2)
3) 양보심
4)

뭐..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_-;;

이 놈들 데리고 무슨 맹자왈이냐..

갑자기 그 애의 평소 생활이 궁금해졌다.

 "그 애 학교에서는 어떠냐?"
 
 "어떻긴요..."

공부 할 때는 한 마디도 안하던 놈들..

활기차게 떠들기 시작한다.

 "처음 봤을 땐 그냥 좀 깔쌈하게 생겼구나 했어요"

 "빠순이라 재수 없었어요"
 
 "음...."

그 애의 반에는..

중학교 때 인근을 잡던 놈이 있었다고 한다.

 "그 새끼는 인간도 아냐"

학기 초..

너무 조용히 지내길래..

별거 아니군 하며..

시비를 붙었다.

결국..

신나게 맞았다고 한다.

 "맞고 있는데 얼핏 들은 얘기가 생각 나대요..
  이 놈은 한번 빡돌아서 애 하나 밟기 시작하면
  다섯 시간 이내에는 안 끝난다는..."

 "우와... 기냥... 뒤졌구나 싶었죠.."

한 쌍의 캐스터와 해설자 같은 호흡이었다.-_-;;

쓰레기 통에 하나를 쳐박고 

침을 퉤 뱉으며 나머지 하나에게 다가가고 있던 참에..

몰려든 구경꾼을 뚫고..

그 애가 나타났다고 한다.

빗자루를 들고-_-;;

그 놈에게 다가가..

 "야 너 2분단 맨 끝 줄 이지?

 "그런데."

 "청소 당번"

하며 데려 가더라는 얘기다.

 "-_- 끝이야?"

 "끝이니 다행이죠"

 "덕분에 살았죠"

그 때 초인종이 울린다.

나가 보니..

그 애와..

교복 위에 야구 잠바를 덧 입은 남학생 한명이 서 있었다.

 "지진아반에 새로온 전학생이예요"

야구 잠바를 집어 넣더니..
 
 "그럼 이만 바빠서"

하고 가버린다.
 
 "아.. 안녕"

 "안녕하세요. 박경락입니다."

순간 생각났다.

넌 박경락이야..-_-;;

여튼 

그 녀석은..

눈매가 날카로운게..

어딘가 운동 선수의 이미지랄까.

하지만 목소리는 차분하고 온화했다.

전학생을 우리반에 소개 하는데..

애들이 흠칫 놀란 표정 으로.

벌떡 일어난다.

경락은 씨익 웃으며..

 "너네도 공부 하러 왔냐"

 "으..응"

 "하자 그럼"

 "그래"

누군지 짐작이 가는군..

분위기는 가라 앉고.

시계는 오후 네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다.

지겨워져서..

 "나 좀 잔다 문제 다 풀면 깨워라"

얼마나 잤을까..

깨어나 보니..

먼저 온 두 녀석은 엎어져 자고 있었고.

전학생 혼자서 문제를 풀고 있었다.

성실한 놈이네...

하품을 하며.. 자리에 앉아.

 "다 풀었어?"
  
 "아직"

 "함 봐봐.."

.학생3의 답안지.

1) 모르겠습니다. 
2) 분노
3) 모르겠습니다. 
4) 모르겠습니다.

......-_-;;

이 놈이나 저 놈이나..
 
 "그.. 그럼 잠깐 쉬도록 할까?"

나와 경락은 아파트 복도로 나왔다.
 
 "선생님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 뭐라고 하든?"

경락은 갑자기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생각하다가..

 "아...그게... 
     생각이 안납니다."

-_-;; 알만하군..

그나 저나 이 녀석 참 거짓말을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며칠 전에는 그 애가 수학책 쪽마다 뭔가를 붙이고 있길래.."
  자세히 보니 연예인 사진 이더군요.."

H.O.T -_-;;

 "역시 빠순이라고 애들이 놀리는데.....
    그 앤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뭐라구..?"

 "이건 자기 최면 의식 같은 거라구.. 집중하기 위한..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역시 엉뚱한 애야 생각했죠.." 

경락은 잠시 말을 멈춘다.

내 얼굴을 힐끔 쳐다보고는..

살짝 한 숨을 쉬었다.

 "수학 성적 떨어져서 과외 잘리면 큰 일이라고도 하더군요"

나는 순간 들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렸다.

 "그거라면... 내가 더 큰일이야"

뭐..

아무튼 다음날..

셋은 윤리 시험에서 나란히 45점을 맞았다고 한다.

9. 9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3941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9)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2/07 15:14  읽음:565  추천:100   비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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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다.

배를 바닥에 붙이고 귤을 까먹으며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그 애 한테 전화가 왔다.

 "지금 뭐해요 선생님?"

 "만화책 본다" 

 "저 어디게요~"

 "친구들이랑 스키장 간다며?"

 "빨리 오세요"

 "내가 거길 왜가?"

 "아이~ 그러지 말고 오지?"

 "싫어"

 "그렇게 나올 줄 알았죠..."

하며 전화기를 내려 놓는다.

전화기 너머로..

무언가 밀고 당기고 부산스럽더니

생각지도 못 했던 목소리가 들렸다.

 "킥킥..나 진이야 꺄악.. 킥킥.. 하지마.."

간지럽히고 있는 듯...--;;

 "진아 니가 왜 거기 있어?"

다시 그 애가 수화기를 빼앗아 들며..
 
 "사랑하는 진이씨를 다시 보고 싶지 않거든
  계속 만화책이나 보세요...  그럼 안녕~"

......-_-?

멍하니..

귤 하나를 더 까먹은 뒤에야.. 

상황 판단이 되었다.

이 어리버리가 납치 당했구나-_-+

겨..경찰을 부르자..

아니야 그럼 죽일 지도 몰라..

그렇다면 할 수 없이...

예정에 없던 스키장 행..-_-;;

스노보드를 들고

역삼에서 셔틀 버스에 오르려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왜? 지금 가고 있다"

 "진이 언니가......"
 
 "왜? 무슨 일 이야?"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간지러워서 죽기 직전이예요 
     빨리 안오면 진짜 위험 할지도.."

과연 전화기 너머로.. 

죽기 직전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만두지 못해?"

 "그래야 하지만... 너무 재밌어서 못 그만 두겠어요 그럼 이만..."

-_-+ 뭐 이런게 다있지..

오늘 일은 절대 용서 안하리라..

자리에 앉아 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리샘으로 넘어간다.

속이 탔다.

버스가 왜 이리 느린거야.

2시간 조금 못되어서..

스키장에 도착..

오랜만에 보는 슬로프가 반갑기도 했지만..

경치 감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어디 있는 거지 이 녀석?

마침 전화가 왔다.

그 애 였다.

 "너 어디야!"

 "우리도 방금 도착해서 짐 풀어 놓구 있어요.
    
  본관 505호로 오세요"

진이가 고문 당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일 초도 지체할 수 없었다.

전력 질주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

505호 앞..

문이 살짝 열려 있다.

 "이 녀석 살려 두지 않겠다"

소리 치며 문을 활짝 여니..

진이가 바지를 갈아 입다가..

화들짝 놀라며 주저 앉는다.

 "와.. 왔네"

나.. 나이스 타이밍-_-;;

 "어머 변태... 뭘 뚫어져라 보고 있는 거야"

모든 일의 원흉이.. 

작은 방 문을 열고 나와서는..

화 낼 틈도 없이..

등을 떠밀어 나를 쫓아내었다.
 
 "남자방은 506호 랍니다"

-_-;;;

뭐 어쨌든

오랜만의 스키장..

나쁘진 않군.

같이 온 친구들은..

방송반 동기들이라고 한다.

 "너 방송반 이었냐?"

 "말 안했어요?"

나와 진이 까지 포함 모두 7명 이었다.

"먼저 나가서 기다려요 언니 옷이랑 스키 빌려서 갈게"

진이는 갑자기 잡혀 온거라--;; 

아무 준비도 안되어 있었다.

그 애 친구들과 리프트 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친구들 중 두 세명은 

기말 고사 때 그 애 집에서 봐서 낯이 익었고...

경락도 있었다.

 "선생님 일이 이렇게 되어서 죄송해요.. 말리려고 했는데"

녀석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 이었다.

 "니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

서로 마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옆에 있던 여자애가 날 알아보고 아는척 한다.

 "저 그 때 봤었는데"

 "그랬나?"

 "별명이 얼빵 선생 이라면서요?"

경락이 화들짝 놀라며 그 애의 입을 막는다.

뭐시라 -_-+

넌 가명도 필요 없고

친구A 다.

 "짜잔.. 우리 귀염둥이 등장"

그 애의 호들갑스런 소개와 함께.

펑퍼짐한 보드복을 입고 스키 장화를 신은 진이..

울상이다..

뒤뚱 뒤뚱 걸어오더니..

와락 안긴다..

무서웠나 보구나..--;;

나는 그 애를 한번 찌릿 노려보고

진이의 등을 토닥거려 주며..

 "진아 어쩌다 잡혔어"

 "니가 급하게 날 찾는다고 해서.. 나갔더니.."

 "그럼 직접 전화 했겠지--;;"
  
 "하지만 거짓말 같지 않았단 말야.."

아카데미급 연기력의 소유자니 만큼..

어리버리한 애 하나 속이는 거야 일도 아니었겠지..

 "자. 지난 일은 잊고 재밌게 놉시다"

그 애는 활짝 웃으며 등을 떠민다. 

아무튼 그래서..

그 때 그 여중생 스키장편..

to be continued....

10. 10편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63968번
 제  목:[혁혁] 그 때 그 여중생(10)                                  
 올린이:boryry  (박종혁  ) 03/12/07 19:44  읽음:51   추천: 10   비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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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와 경락은

스키를 잘 타는 편이었다.

나머지는 그럭저럭

진이와 친구A는 쌩초보였다.

그 애가 둘을 가르치고 있었다.

 "언니 그 옷 입으니까 너무 귀엽다"
  
 "정말?"

 "응 꼭 만삭의 펭귄 같아요"

말 버릇 하구는..-_-+

친구A는 운동 신경이 있는 편이어서

제법 익숙해 졌지만.

진이는 객관적으로 봐서..

구제불능이었다-_-;;

 "펭귄이 그렇게 눈위에서 쩔쩔매도 되는거야?"

 "미..미안.."

마침 다른 슬로프에서 놀던 경락이 왔다.

선생 교대..

경락은 그 애 보다 훨씬 자상하게 잘 가르쳐 주었다.

 "누나 겁 먹지 말구 여기 까지만 와보세요"

 "꺄아악.."

진이는 허우적 대다가 넘어지는 것의 연속.
 
 "야 이제 그만 타러 가.. 내가 봐줄게."

 "아녜요 선생님 제가 맡은 이상 잘 타게 하고 싶어요"

역시 성실한 놈이었다.

지켜보던 그 애가 한마디 거든다.

 "경락이는 옛날에 스키 선수도 할 뻔 했데요
     선생님 지진아들은 내비두고 우리 타러 가요"

초심자 슬로프가 지겹기는 했지만

진이를 놔두고 가기엔 뭐했다.

 "그러세요 제가 책임지고 누나 가르쳐 놓을테니"

너야 믿을 만 하지만...

 "진이야 그럼 나 잠깐만 놀다 올게"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아이 언니 그러지 말구 잠깐만 빌려 줘요"

뭘 빌려줘-_-;;

그 애가 조르자..

진이는 잠시 생각 하다가..

 "그래.. 너 여기 있음 심심하겠다 타구와.. 잠깐만이야.."

 "응 한번만 타고 올게"

상급자 리프트로 갔다.

둘 만있게 되자..

갑자기 그 애의 만행이 떠올랐다.

 "너 이젠 납치 인질극 까지 벌이다니.. 아주 막 나가는 구나"

 "어머... 납치 인질극은요.. 그냥 같이 오고 싶어서 그런건데
  덕분에 언니랑 스키장도 놀러 오고 잘됐잖아요"

 "곱게 가자고 하면 될거 아냐."

그 애는 눈꼬리를 잡고 좌우로 늘리며.

내 흉네를 냈다.

 "싫어, 너나 가, 내가 거길 왜가?"

-_-+ 이것이..

 "저는 선생님이랑 너무 너무 놀고 싶은데 
  제 맘을 몰라 주시니 어쩔 수 없죠. 
  맨 날 숙제만 내주고"

 "아 맞다 너 숙제는 했어?"

 "아~뇨"

그러는 동안 리프트는 산 정상에 도착했다.

 "와... 너무 좋다"

 "그렇긴 하네....."

우리는 눈 밭에 털석 주저 앉아 잠시 산 아래 쪽을 내려다 보았다.

작은 마을을 끼고 굽이굽이 강이 흐르고...

한가로운 낚시꾼들이 강 가를 오가고 있었다.

바람이 아직 좀 차갑지만.. 부드럽다.

조금씩 봄이 오고 있는 듯 하다.

 "선생님 제가 커피 쏠게요"

그 애는 총총 걸음으로 매점으로 달려갔다.

뒷 모습을 바라보니..

방학 중이라 머리카락이 꽤 자라나 

어께를 살짝 덮고 있었다.

엘라스틴 했나..

아...이 땐 없었지..

그 애는 눈을 꾹 꾹 밟으며 돌아왔다.

 "뽀득 뽀득 소리가 너무 좋은거 있지?"

..하며 털썩 앉아서.
 
호호 불며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아 따뜻하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내 건?"

 "아 맞다 여기요.."

그 애는 주머니에서 캔을 꺼내 마개까지 따서 준다.

 "땡 큐.."

하며

마셔보니..

냉커피다-_-;;

 "아직 시원하죠?"

 "......-_-+"

처음 사주는 건데 버리면 안된다는 억지에

다 마시고 났더니..

뱃 속이 서늘한게 부들 부들 떨렸다.
 
 "자 이제 내려 가자-_-+"

 "벌써요?"

무시하고 내려왔다.

그 애는 곧 뒤따라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날렵하게 내려간다.

폼이 제법 멋있다는 느낌..

진이는 왜-_-;;

 "자 이제 가자."

 "한 번 더 타요.."

 "안돼 진이 기다린단 말야.."

그 애는 골난 표정이 되었다.

 "선생님이 자꾸 그러니까
   진이 언니가 저렇게 애 같은 거라구요"

하며 리프트 쪽으로 가 버린다.

저게 왜 삐지고 난리지?

아무튼 

초심자 슬로프로 돌아와보니..

경락은 뒤돌아서서

진이의 손을 잡고

살살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었다.

아직 혼자 내려 올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균형을 잘 잡고 있었다.

 "봐봐 나 이제 잘타"

진이는 활짝 웃는다.

 "오.. 잘타는데"

경락은 흐음.. 헛기침을 하며 어께를 들썩 했다.

왜 니가 으쓱 하는 건데..-_-?

 "얘는요?"

경락이 묻는다.
 
 "상급자 슬로프 더 탄다구 올라갔어"

경락이는 상급자 슬로프 쪽을 물끄러미 바라 봤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녀석 분명...

 "가 봐 혼자 심심하겠다."
 
 "아녜요.. 누나 이제 겨우 좀 타는데.."

과도한 책임감--;;

 "뭐야. 데이트 하는데 방해 하겠다는거냐?"

경락은 씨익 웃으며 쭈뼛쭈뼛 하다가..

 "그럼.."

하고는 상급자 리프트 쪽으로 갔다.

착한 녀석..

 "우리는 오뎅이라도 먹을까?"

하며 진이를 돌아봤다.

소매로 콧물을 닦고 있었던 모양인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란다.

피식 웃으며..

 "가자"

오뎅을 먹으면서도.. 

계속 소매를 코에 붙이고 있다.

 "하하 소심쟁이"

하면서.. 진이의 팔을 잡아 차렷 자세로 만들었다.

투명한 콧물이 햇빛에 반짝인다.

 "와 예쁘다. 반짝거려"

 "야... 너 죽어"

진이는 주먹으로 내 배를 토닥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영락없는.. 펭귄이다..-_-;;

문득 

그 애 같으면.. 내 옷에 코를 부비며 

 "선생님.. 흐흐.. 콧물"

했을지도..-_-;;

..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다.


PS. 

과연...

그 때 여중생은 실화일까요? 허구일까요?

답은 

전반적으로.. 허구에 가깝다 입니다.

실망 하셨죠?^^

하지만

되도록 현실감 있게 쓰기위해..

캐릭터들은 모두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를 재구성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뭐.. 아무튼..

[여중생 체험 수기] 가 아니므로..-_-

그냥 재밌게 봐주세요..

어차피 곧 끝납니다-_-

자세한 진상 규명은 완결 후에..^_^;;

그나저나 오늘은 도배를...-_-;;


잡담분류

마지막 편집일: 2003-12-19 7:35 am (변경사항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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